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뉴스1
가장 큰 변화는 직급별 표준체류기간 폐지다. 현재 삼성전자의 직급은 4단계(CL1~CL4)로 나뉜다. CL1은 고졸과 전문대졸 사원 CL2는 대졸 사원, CL3은 과장과 차장급, CL4는 부장급이다. 직급 한 단계를 올라서려면 통상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한다. 승진 연한이 사라지면 고성과자가 직급을 앞지르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동료 평가제도는 시범 도입으로 첫 발을 뗀다.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초 IT(정보통신) 업계에서 동료평가 도입을 발표했을 때 불거진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업계에서는 동료평가가 불공정할 가능성이 높고 서로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내부 주축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복안으로도 읽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 초 IT 업계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 러시나 공정한 보상 요구는 재계 전반으로 확대됐다"면서 "MZ세대 눈높이에 맞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 젊은 인재를 붙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부망의 직급과 사번 정보는 삭제하는 방안은 젊은 세대 직원들이 특히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7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기존 '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 7단계였던 직급체계를 축소, 현재의 직급 체계를 만들었다. 직원 간 호칭은 'OOO님'으로 통일하고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등으로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그간 내부에서는 '여전히 직급 서열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계에서는 이날 삼성이 내놓은 인사제도가 이 부회장이 계획 중인 '뉴삼성'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분야의 직원들과 잇달아 소규모 간담회를 가지며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구상했다. 직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경영진과 공유하며 혁신 방안을 여러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리더들과 만날 때도 꾸준히 조직문화의 발전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최근 미국 출장 중 가진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영진과의 연쇄 홰동 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심층적인 토론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이를 통해 얻은 조직개편 아이디어가 이번에 마련된 제도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