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앞두고 태극기 모자 쓴 수백명 조문…전두환 찰흙 두상도 등장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양윤우 기자 2021.11.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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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들 몰린 전두환 빈소…밖에서는 여전히 "사죄하라"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전 대통령을 묘사한 찰흙 그림이 설치돼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전 대통령을 묘사한 찰흙 그림이 설치돼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 입관식을 앞둔 이날에는 한산했던 다른날과 달리 극우 성향의 전씨 추종자들이 빈소에몰렸다. 신원 미상의 한 여성이 이면지에 "구국의 대통령"이라고 적은 벽보를 붙이고 사라지는가 하면 찰흙으로 빚은 전씨의 두상까지 등장했다. 반면 빈소 밖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의 사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팡이 짚고 태극기 모자 쓴 수백명의 조문객들…빈소 바깥에선 규탄 집회도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벽보가 붙어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벽보가 붙어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이날 전씨의 빈소에는 성조기가 그려진 마스크나 태극기 모자, 군인 옷을 입은 조문객들이 잇따라 방문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장례식장 보안요원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나 조문객들이 전씨 빈소의 바로 옆 빈소까지 늘어서면서 해당 빈소 유족의 항의로 임시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일부 조문객들은 전씨를 추모하며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한 조문객은 휠체어를 탄 채 빈소를 찾았으며,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으로 방문한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유튜버들은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켜고 조문객들과 일일이 이야기를 나누며 "전 대통령을 기리자" "언론 때문에 전 대통령의 업적이 가려지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오후 1시쯤 전씨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의 벽보가 빈소 앞에 나붙었을 때에는 한 여성과 유튜버 사이에 말다툼이 오가면서 경찰과 보안요원이 출동했다. 욕설을 내뱉던 유튜버는 "기레기와 견찰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애국 시민을 왜 탄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지지자들이 "옳소"라고 외치자 "멸공"이라며 경례를 붙이기도 했다.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해군사관학교 출신 전직 군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 = 홍재영 기자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해군사관학교 출신 전직 군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 = 홍재영 기자
오후 3시쯤에는 찰흙으로 전씨의 옆 얼굴을 묘사한 두상이 빈소 앞에서 발견됐다. 조문객들은 이 그림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전 대통령님을 잘 묘사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해군사관학교 14~33기 30여명이 'NA'(Naval Academy·해군사관학교의 영어 명칭)라고 적힌 푸른색 모자를 쓰고 전씨를 조문했다.

빈소 바깥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의 사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삼청교육대 피해자 전국연합 등 11개 단체 관계자들은 연세대 정문에서부터 빈소 앞까지 행진한 뒤 빈소 근처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빈소 근처에 있던 보수 유튜버들은 고성을 지르며 행진을 막았다. 집회 주최측이 항의하자 경찰의 제재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유튜버들은 휴대전화로 이들을 촬영하며 비방을 이어갔다.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규탄 기자회견이 끝난 후 전씨 측 유족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유족 측이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뒤 오후 4시쯤 보수 성향 단체는 '구국의 영웅 전두환 대통령을 국장으로 모시자'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집회에 나섰다.이 단체는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빈소를 방문해 줄 것을 독려했다. 이들은 현장을 방문한 기자를 붙잡고 "젊은 사람이 함께 해서 힘을 보태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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