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케첩 들어간 '오겜' 버거…캐나다서 한국 문화 통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11.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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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통신원리포트](4화)캐나다 통신원이 본 한류

편집자주 [편집자주]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BTS로 대표되는 K팝 등 한국의 콘텐츠들은 이제 새로운 물결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현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한류 현상을 누구보다 빨리 체감하고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42개국 46개 지역에서 통신원 제도를 운영한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통신원들은 각국의 한류 이야기를 리포트 형태로 작성한다. 한달에 올라오는 리포트만 평균 100여건에 이른다. 머니투데이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공동기획으로 한류 통신원들이 전하는 소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김치, 케첩 들어간 '오겜' 버거…캐나다서 한국 문화 통하는 이유


"과거엔 식민지 경험과 전쟁을 경험하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어 냈다는 게 캐나다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문구였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캐나다 미디어와 SNS에서 '한국의 문화적 힘'의 우위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캐나다 통신원을 맡고 있는 고한나씨는 "우리가 가진 수 많은 역경과 아픔이 전 세계의 다른 이들과 연대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돼 풍성한 한국적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장르들이 한류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을 줄 모르는 '오겜' 인기…'달고나 만들기' 생방송도
/사진=CTV Your morning/사진=CTV Your morning
특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계속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캐나다에서 식을 줄 모르는 '오징어 게임' 인기'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회자성은 단순히 TV나 스마트폰 화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종 행사와 이벤트로서 많은 이들의 다양한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토에 있는 한 햄버거 가게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번역한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이름을 본 따 듀오 세트(Red Light Green Light Duo Set)를 출시햇다. 오징어게임에 영감을 받은 이 메뉴에는 한국식 핫도그와 김치 케첩이 들어갔다.

벤쿠버의 한 식당은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을 할 수 있는 식당 내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맥도날드 캐나다는 딱지 접는 방법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했고, 캐나다 주요 TV 채널에서 달고나 만들기 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방영됐다.

'오징어 게임' 팬인 캐나다 커플 니나(Nina Plewa)와 패트릭(Patryk Plewa)은 오징어게임을 컨셉으로 웨딩 촬영을 했다. 이들은 지하철역에서 딱지치기를, 공원에서 달고나 뽑기를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검은 옷을 입은 프론트 맨과 복면을 쓴 가드들도 함께 포즈를 취했다.


고 통신원은 "한동안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활동, 이벤트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로 시작한 드라마는 캐나다 미디어와 학계에서 한국 문화의 성공적인 세계화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서 K-콘텐츠가 인기 끄는 이유…'다문화 감수성'
고한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고한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이민 12년차인 고 통신원은 캐나다에서 스토리텔링 기반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문화 감수성'을 언급했다. 그는 "캐나다는 여러 민족들의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고,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자랑스러운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한국의 스토리텔링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치열하지만 향유할 줄 알고, 최고를 추구하지만, 늘 자아비판과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구세대적 가치와 억압된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윗세대를 공경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가진 독특한 가치관은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지점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캐나다에서 한류는 아직 최고점에 이르지 않고, 계속 성장세에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취소됐던 한류 대면 행사들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 통신원은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문학, 영화, 예술, 교욱, 정치, 언론 등 영역의 참여가 활발해 지고 있어 캐나다 내에서 한류는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과 네트워크,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며 "강력한 한류 콘텐츠가 계속 있어준다면 더욱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통신원은 "공공기관과 민간이 서로 독자적인 힘을 키우면서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한국어, 한국문학, 사회학, 인류학 등 한국 관련 분야에 있어서는 좀 더 높은 수준의 한국 전공자들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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