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직원이 한패…수천만원 들고 '귀신중매인' 찾는 중국인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1.11.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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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중 사망 사건도…비뚤어진 인터넷 문화와 '영혼결혼' 풍습이 얽힌 참사

중국에서 미신적 풍습인 영혼결혼식(음혼)이 여전하다. /사진=바이두중국에서 미신적 풍습인 영혼결혼식(음혼)이 여전하다. /사진=바이두


중국에서 한 여성 인터넷 방송인이 생방송 중 농약을 마시고 사망하는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빨리 마시라'며 죽음을 종용했다. 더 황당한 일은 장례식장에서 발생했다. 화장한 유골을 음혼(영혼 결혼) 시키겠다며 장례식장 직원들이 빼돌린 것이다.

25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지난 14일 후난성에서 80만명 가까이 팔로어를 거느린 뤄모씨가 생방송 중 농약을 탄 음료수를 마시고 삶을 마쳤다. 뤄씨는 우울증을 앓아왔다. 방송을 지켜보던 이들은 뤄씨의 농약 음료수를 '쇼'라고 생각하고 '빨리 마셔라' '설마 오줌은 아니겠지?' '마실 테면 마셔봐라'라고 놀렸다.



뤄씨 시신은 산둥성 지닝시 원상현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장터 직원 샤오모씨는 입관하기 전 유골을 빼돌렸다. 그리고는 장의업자 장모씨게 넘겼다. 개인 운구차 운영업자 레이모씨는 유골을 운반했다. 완벽한 유골 공급망이다. 공안은 이 사건을 적발해 용의자 3명을 유골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황당한 건 용의자 중 한 명인 장모씨 아내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그저 약간의 돈 좀 벌자고 한 건인데 왜 이리들 난리냐. (음혼) 경쟁자들이 남편을 고소하는 바람에..."라며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CCTV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동네에서 음혼이 성사돼 유골을 빼돌리면 건당 5만~7만위안(약 930만~130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유골 빼돌리기는 일부 장례업자들 사이에서는 일상이다.

중국 형법 제32조는 시체나 유골을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음혼은 2000년간 이어져온 '풍습'이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활발하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산시성 린펀시의 경우 '귀신중매인'이 수시로 마을을 오가며 미혼 사망 남녀 정보를 수집한다. 중매에 성공하면 양쪽 집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중매 수수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0년까지 유족 사례금이 10만위안정도였는데 2016년에 이르자 '15만위안 아래로는 뼈 한 개도 살 수 없을' 지경까지 갔다. 허베이성 창저우시에는 음혼 중매거리에서 시신 가격을 흥정한다. 갓 사망한 경우 10만위안, 이미 묻힌 경우 4만~5만위안이다. 산시성 린펀시에 사는 후칭화씨는 죽은 지 3년 된 아들의 음혼을 위해 방금 사망한 여자 시신을 18만위안에 사들이기도 했다.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다반사. 산시성 윈청 출신의 한 범죄자는 2013년과 2014년 12구의 시신을 파내 화장한 뒤 이중 11구를 팔아 3만3000위안을 챙겼다. 마충화라는 전과자는 2016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음혼 시장에 시신을 팔았다.

덩궈지 난징대학교 인류학연구소 부교수는 "중국인들은 귀신이 살아있는 사람만큼이나 감정적 욕구가 강하다고 믿는다"며 "산 사람이 편히 살기 위해서는 귀신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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