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불 댕긴 모간스탠리의 반성문…"생각보다 안 춥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1.11.2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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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그룹의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그룹의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이어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폭으로 올랐다. 시장이 반도체 업계에 드리워졌던 부정적 전망을 오류로 인식하고 바로잡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하반기에 '반도체 겨울'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자 이같은 전망이 과도한 우려였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당초 '메모리 고점론'에 불을 지폈던 모건스탠리부터 주장을 뒤집은 보고서를 내놨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가 급등은 그간의 부정적 시장 전망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이뤄지면서 과거 빠졌던 주가가 회복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증권가의 부정적 전망이 과하고, 실제 반도체 업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꾸준히 진단해왔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5.20%, 7.17%오른 7만4900원과 11만9500원에 마감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7.8% 오른 8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와 씨티증권 등이 D램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반도체업계는 주가 등락과 별개로 하반기와 내년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4차산업 전환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 본 것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역시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문화 확산, 4차산업으로의 전환에 힘입어 IT(정보기술)업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면서 서버 수요가 늘 것"이라며 "크리스마스와 신학기 등 계적절 요인으로 모바일 제품 수요도 늘어날 양상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5G확대와 신규 CPU출시 엔터프라이즈향 SSD 확대 등으로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며 "공급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수요가 견조하지만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 DDR5(5세대 D램)등 반도체 업계가 테크 공정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공급은 다소 제한적인만큼 반도체 업체로선 수익성이 줄어들 걱정이 적다는 얘기다.

또 업계는 반도체 고점론 근거로 제기됐던 D램의 가격 하락은 감가상각 등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 사이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가격 하락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않아 충격 역시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PC용 D램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서버와 모바일용 제품이 늘어나는만큼 전체적인 업황엔 큰 변화가 없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특히 PC용 D램은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 10%에 불과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 생산량 증가로 D램 현물거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사진=뉴스1SK하이닉스 /사진=뉴스1
부정적 전망을 내놨던 증권가도 업계 전망과 발을 맞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며 업황 하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달 18일 내놓은 삼성전자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약세긴 하지만 4분기 가격은 연구원들의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2022년에는 생산업체의 낮은 재고와 클라우드 서버의 강세로 인해 다운사이클은 '짧아질 것'(short lived)"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 역시 주가 상승엔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는 "업계는 증권가 시각과 달리 꾸준히 반도체 업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말해왔다"며 "여전히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수요는 견조한만큼 수요공급 구조자체가 공급자 중심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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