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하는데..전기차 배터리 자체생산 선그은 정의선 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11.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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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도 하는데..전기차 배터리 자체생산 선그은 정의선 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배터리 업체에서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전기차 배터리를 독립적으로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그룹 차원에선 비슷한 기조를 밝혀왔지만 정 회장이 직접 내재화에 선을 그은 것은 처음이다. 최근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과 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해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정 회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진행한 '청년희망 ON(溫·On-Going)' 프로젝트 여섯 번째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배터리 생산업체와) 같이 셀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직접 생산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실제로 현대차 (249,000원 ▼2,000 -0.80%)그룹은 그간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 회장과 같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를 이끌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현재 국내 3대 배터리 기업들과 엔지니어와 사업 측면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배터리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차세대 배터리 자체 기술 역량은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국내 3대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터리 기술 부문에서 항상 선두주자에 있었고 (그룹) 남양연구소 내부에 리튬아이언배터리 리서치랩, 전고체배터리 리서치랩도 있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터리도 다수 연구 중"이라며 "다만 국가별로 적용할 때엔 현지화할 수도 있지만 이건 매우 일부 얘기고, 앞으로도 국내 배터리 3사와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올해 LG화학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약 11억 달러(한화 1조17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건립키로 한 배터리셀 합작공장이다. 양사는 오는 2023년 상반기 이 공장을 완공한 뒤 2024년 상반기 내에 배터리셀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도 "당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배터리 자체 생산보단 그간 유지해온 배터리 3사와의 협력을 활용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별도로 전기차 시장 성장성에 대비해 미래 배터리 연구기술을 확보하는 투자는 병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측도 "배터리 사업은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 여러 형태의 진입장벽들이 있는데다 다수의 핵심기술과 특허, 양산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물량 전체를 모두 내재화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완성차업계 안팎에선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를 위해선 배터리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싸고 배터리 내재화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연구개발이 자체 생산과 100%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기차 양산에 맞춰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언제 갖추느냐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년희망 ON'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기업으로서 사업을 많이 번창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또 그 일자리에서 청년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롭게 시작하는 비즈니스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부분에서 청년들이 더 많이 동참하고 학교에서도 산학이 함께 협력해 회사에서 바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최근 반도체나 원재료 부족, 탄소중립 등 같이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며 "로보틱스나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청년들의 창의력과 끈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천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많은 부분이 선순환 돼서 회사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회사의 의무"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고 더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3년간 총 4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지원을 약속했다. 우선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사업인 △로보틱스 △UAM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 신규인력을 확충해 총 3만명을 직접 채용키로 했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사 인턴십(3400명) △산학협력(5600명) △이공계 대상 미래기술 '직무교육'(6000명) △스타트업을 육성·투자하는 '제로원'(600명) △사회적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H-온드림'(400명) 등 인재육성과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1만6000명의 일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다섯번째)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여섯번째)이 22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부겸 국무총리(왼쪽 다섯번째)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여섯번째)이 22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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