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대통령에게 바라는 기업가정신

머니투데이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2021.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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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기업가정신은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지역에서나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사회에서 활성화하면서 꽃을 피웠다.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그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점차 기업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면서 기업가정신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면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하루 이틀이 아닌 오랜기간 축적된 결과다. 우리 사회는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면서 지난 30~40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빈부격차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커져가는 현 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방치한 셈이다.

성장을 이뤘지만 '공정과 상생'이라는 원칙은 정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격화된 갈등은 이념적·정치적 대립을 촉발하는 불씨가 돼 국정운영의 방향을 흔드는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도덕성·윤리성 결여,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으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공정을 내세우는 정권과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전국민적 지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이런 정치이념을 가진 정부는 역설적으로 가장 권위주의적이고 유사 전체주의 국가로 변질될 위험성도 내포했다.

기업가정신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치이념에서 벗어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새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개방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을 추구하는 첫 번째 단추다.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해서 경제주체들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반적인 신뢰체계를 되살려야 한다. 공정과 상생의 기반 위에 지켜지는 자유와 개방의 원칙은 기업가정신을 더 강화하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한국의 지도자는 자유와 개방이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합리적 해결책이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시장과 기업에 대한 통제는 개인의 능력을 제한하고 결국 기업가정신을 침체시킨다는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 돌아보면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도 시장과 자원에 대한 국가통제가 심한 권위주의 체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눈속임과 맞물려 결국은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하고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정치집단의 편향성이나 제왕적인 의사결정으로 생길 정책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도 필요하다. 정책결정과 평가과정에 시민과 분야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독립적·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파성으로 채워진 자리를 기업가정신이 대체해야 정권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담보된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가 아닌 '공정한 기회를 확대하는 나라'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공정은 균일화·균등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형평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것이다.


상생은 가치사슬 공급망에 참여한 경제주체들이 상생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더불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서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정치권력에 매달리는 기득권과 복잡하게 얽힌 이해집단들이 당파적 유불리에 매몰되지 않는 열린 사고를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공정과 상생의 원칙을 담은 기업가정신은 기업가에게만 필요한 가치가 아니다. 현실적인 상인의 감각과 벼릴듯한 선비의 정신을 담아내는 모든 자리에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기업가정신을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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