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 김성근
다만 오늘날의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옛날에는 오프라인 플랫폼이어서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은 반면, 오늘날의 플랫폼은 온라인을 통한 유통수단이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런 편리함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과 종속성이 심화된다. 결국 소비자 자신이 플랫폼 사업자가 쳐 놓은 함정(trap)에 포획(captured)되는 것이다.
함정에 빠지고 나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모습은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인엡결제사례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을 플랫폼이라는 함정에 가둬 놓으면 플랫홈 사업자들은 수수료를 올리거나 무료배송의 혜택을 없애고 모두 유료화 할 것이다.
이용자들의 종속성과 의존성이 심화되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더 싼 가격에 팔아야 할 것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이용자의 희생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셈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쳐 놓은 함정에서 이용자들이 쉽게 빠져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용자들이 플랫폼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나 쿠폰과 같은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공급채널이 생기더라도 그 공급채널의 고객이 많지 않다면 높은 수수료 등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 들여서라도 기존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플랫폼의 함정에서 쉽게 빠져 나오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간 전환비용을 낮춰주는 정부의 정책 마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구축한 데이터를 필수요소로 선언한다든지 고객이 쌓아 높은 혜택을 옮겨간 새로운 플랫폼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고객 데이터의 소유권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플랫폼간 비용부담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간 전환비용을 낮추는 문제를 지금 당장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플랫폼의 함정에 영원히 갇힐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