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플랫폼의 함정(trap)과 정책적 과제

머니투데이 김성근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 2021.11.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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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 김성근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 김성근


플랫폼을 통한 거래 없이는 일상생활을 살아가기 어려울정도로 이제 플랫폼은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유통수단이 돼 버렸다. 생각해 보면 플랫폼은 장터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었다는 의미에서 옛날 물물교환 시대부터 있었던 유통수단이었다.

다만 오늘날의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옛날에는 오프라인 플랫폼이어서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은 반면, 오늘날의 플랫폼은 온라인을 통한 유통수단이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옛날 장터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물건의 매매 자체에 집중했기에 누구한테 무엇을 팔았는지 알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샀는지와 같은 거래 데이터 정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플랫폼 사업자에게 쌓인다. 이 축척된 고객 정보로 개인의 소비패턴에 맞는 맞춤형 광고(Target 광고)도 가능해졌다. 이런 데이터 프로파일링(dataprofiling)을 통한 광고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는 일일이 생각해야 하는 소비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런 편리함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과 종속성이 심화된다. 결국 소비자 자신이 플랫폼 사업자가 쳐 놓은 함정(trap)에 포획(captured)되는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가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을 경쟁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양면시장에서 양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과 종속성이 심화되고 결국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는 특정 플랫폼이 만들어 논 함정에 빠지고 만다.

함정에 빠지고 나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모습은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인엡결제사례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을 플랫폼이라는 함정에 가둬 놓으면 플랫홈 사업자들은 수수료를 올리거나 무료배송의 혜택을 없애고 모두 유료화 할 것이다.

이용자들의 종속성과 의존성이 심화되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더 싼 가격에 팔아야 할 것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이용자의 희생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쳐 놓은 함정에서 이용자들이 쉽게 빠져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용자들이 플랫폼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나 쿠폰과 같은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공급채널이 생기더라도 그 공급채널의 고객이 많지 않다면 높은 수수료 등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 들여서라도 기존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플랫폼의 함정에서 쉽게 빠져 나오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간 전환비용을 낮춰주는 정부의 정책 마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구축한 데이터를 필수요소로 선언한다든지 고객이 쌓아 높은 혜택을 옮겨간 새로운 플랫폼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고객 데이터의 소유권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플랫폼간 비용부담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간 전환비용을 낮추는 문제를 지금 당장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플랫폼의 함정에 영원히 갇힐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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