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삼성그룹이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조기 생산을 위해 구성한 '백신 TF(태스크포스)' 관계자의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된 후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에피스의 최고경영진 등으로 구성된 백신 TF는 모더나 백신 생산을 앞당기기 위해 휴일 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담 TF와 손발을 맞췄다.
민관 협력이 성과를 내면서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말쯤 위탁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던 모더나 백신은 첫 물량 243만5000회분이 두달 빠른 지난 28일 출하됐다. 삼성그룹의 백신 TF와 정부의 2인3각 플레이가 다급하고 답답한 시점에 국내 백신 공급에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1일부터 시행되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앞당기는 데도 팀플레이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8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백신 조기 생산 과정에서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협력해 백신을 생산할 설비는 갖췄지만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생산을 처음 해보는 상황이라 안정적 대량 생산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생산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이 투입됐다. 스마트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생산품 가운데 불량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짧은 기간에 바이오업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팀은 지난 40여년 동안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초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화진산업·레스텍·에버그린 등 마스크 제조업체를 지원,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렸다. 백신 생산 과정에서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문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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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주말 없이 매달려…기간 단축 총력전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샘플을 유럽 공장에서 승인받는 데는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와 관세청이 힘을 합쳤다. 삼성SDS 해외물류팀이 전세계적인 물류난을 뚫고 백신 샘플을 아일랜드 유럽시험소로 하루만에 보내고 검사인력을 늘리도록 설득해 통상 4주가 걸리는 검사 일정을 2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존림 삼성바이오 사장은 지난 28일 모더나 백신 국내 출하 기념식에서 "프로세스 혁신과 계열사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소요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했다"며 "복지부와 질병청, 식약처, 관세청 등이 긴밀히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돌파구 만든 이 사람…이재용 물밑 지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에서 쭈그려 앉아 반도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화이자 백신 도입 협상 당시에도 정부가 화이자 최고경영진과 창구를 구하지 못해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오랜 지인인 산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 겸 화이자 수석 사외이사를 통해 화이자 최고위 경영진과의 협상 창구를 열었다. 이후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올 3·4분기에나 공급될 예정이던 화이자 백신이 지난 3월 국내에 조기 도입됐다.
재계 한 인사는 "삼성과 정부의 팀플레이가 빛났다"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