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주택정책국장과 금융정책국장을 맞바꾼다면...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1.11.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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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집값은 하나의 요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택정책, 유동성(돈), 주택 수급, 세제, 심리 등이 동시에 작동하는 다차 방정식이다. 그래도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역시 '정책'과 '돈'이다. 정책과 돈이 얼마나 집값에 막강한 영향을 주는지 최근 몇년간 모두가 목도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국토교통부다. 금융위원회는 돈(금융)을 담당하는 부처다.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요인을 관리하는 부처들이기에 서로가 갖고 있는 정책 수단들에 대한 이해가 깊고 소통도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금융위와 국토부를 모두 출입해 본 경험으로 그렇다. 두 부처의 공무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도 심심찮게 듣는다.



기본적으로 금융위는 집값 대책에 동원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국토부는 집값을 못잡은 책임을 자꾸 금융으로 돌리려 한다.

집값 대책에 활용되는 금융정책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자들은 "LTV와 DTI는 집값 관리 수단이 아니라 금융안정 수단"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부동산 대책에 자꾸 LTV와 DTI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얘기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 대통령 시절, '빚내서 집 사세요' 정책에 억지로 동참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 금융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강압(?)에 못이겨 LTV 규제를 완화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자들은 부동산 경기 조절에 동원되는데 더 민감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없이 발표된 집값 대책에 금융정책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지만 '집값 잡기'가 정말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부는 집값 대책을 주도했지만 집값이 안 잡히는 원인을 자꾸 '남탓'으로 돌리려 한다.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너무 풀어서 어떤 대책도 먹히지 않는다는 식이다. 물론 역대급 초저금리에 너무 쉬운 대출, 필요 이상으로 많은 대출은 집값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하지만 주택정책을 책임지는 부처라면 자신들의 정책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는게 먼저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급은 충분하다고 몇년을 버티다 지금에서야 공급에 올인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부작용이 드러난 후에도 장관의 핵심 정책이란 이유로 되돌리는데 주저했다. 재건축 실거주 의무는 무수한 전세난민을 양산한 후에야 철회했다. 남탓하고 있는 사이 수많은 무주택자들은 절망했고 영끌로 내몰렸다.

#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값 상승률은 높다. 수도권 아파트의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 기준 0.28%였다. 지난 6월부터 0.30% 안팎의 상승세가 이어져 왔다. 예전 같으면 벌써 몇번은 대책이 나왔을 수준이다. 6·17 대책 직전 수도권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19%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조용하다. 신도시 사전청약, 2.4대책의 후속 작업만 예정대로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요즘 가장 바쁜 부처는 금융위다. 늘어난 가계대출을 잡겠다고 난리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중단한 은행이 속출했고 실수요자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전셋값 때문이지만 집값과 전셋값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아니라 금융위가 그 뒷감당하느라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애초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라도 집값 대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금융위는 폭증한 전세대출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자 전세대출이 갭투기를 자극하고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작게는 임대차 제도나 청약제도, 크게는 집값 대책 전반이 금융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면밀히 검토했다면 어땠을까.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쉬운 대목이다.

국토부의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주택정책관과 금융위의 금융정책국장을 맞바꿔 보면 어떨까. 가계부채 관리는 집값과 전세값을 빼고 생각할 수 없고 집값은 가계부채 관리 없이 안정화시킬 수 없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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