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투입' 예측 못했던 구광모의 핀셋 인사, 다음 포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10.2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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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2019년 9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 당시 권영수 부회장(맨왼쪽), 조준호 전 LG인화원 사장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제공=LG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2019년 9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 당시 권영수 부회장(맨왼쪽), 조준호 전 LG인화원 사장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제공=LG


LG그룹이 25일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로 권영수 ㈜LG 부회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선임한 것을 두고 양수겸장의 카드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원포인트 인사는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새판짜기와 그룹 핵심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차원의 책임경영 강화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볼 수 있다는 게 LG그룹 안팎의 해석이다.

책임경영 강화 측면에서 권 부회장은 녹록지 않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경쟁을 감안할 때 성장과 안정을 모두 노릴 수 있는 그룹 내 해결사로 꼽힌다.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까지 갖춰 GM 전기차 리콜 사태 이후 내부 수습과 IPO(기업공개)를 포함한 성장 가속이 당면현안으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배터리 사업이 완성차업체에 휘둘리기 십상인 시장 현실을 고려할 때 그룹 차원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통해 무게를 실어주고 사업 여력을 키워줬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2012년부터 4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당시 고객사가 2배 늘었다"며 "구원투수 등판이라는 평"이라고 말했다.

공석이 된 지주사 COO에 대해서는 연말 임원인사와 맞물려 후임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과 다른 방식의 개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어느 쪽이든 구 회장이 그룹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오른팔'이자 '파트너' 역할을 두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COO를 맡아 지난 3년여 동안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 그룹의 큰 그림을 챙겼다.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LG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LG
후임인사가 이뤄질 경우 후보군으로는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거론된다. 홍 사장은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구 회장이 2018년 말 외부 영입한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LG전자 (90,800원 ▲200 +0.22%)와 ㈜LG (78,900원 ▲1,000 +1.28%)의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 인수(1조4400억원),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의 CJ헬로비전 인수(8000억원),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합작설립(총 1조원 중 LG전자 지분 51%) 등 2018년 이래 그룹 계열사가 단행한 3조원 이상의 전략 투자가 모두 홍 사장의 손을 거쳤다.

권봉석 사장은 '정통 LG맨'이자 '기획통'으로 ㈜LG 시너지팀장을 지내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에도 권영수 부회장, 정일재 전 LG경제연구원장 등과 함께 구 회장을 보좌할 인재로 꼽혔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의 현직 CEO지만 발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게 내부 관측이다.

일각에선 지주사 COO 자리를 채우는 대신 현재 COO 산하에서 활동 중인 부문별 팀장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인사는 "LG그룹이 예년 임원인사보다 한달 앞서 CEO급 핀셋 인사를 전격 단행하면서 연말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의 신호탄이 울렸다"며 "구 회장이 홍범식 사장과 함께 영입했던 김이경 인사팀장 직무대행(전무) 등과 인사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라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인사는 "지난해 말 이후 사장급 임원이 10명 이상 물러난 상황"이라며 "구 회장 체제를 이끌어갈 인재 선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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