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어준·생태탕이 지배한 서울시 국감[우보세]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1.10.2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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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질의에 설명판을 들고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질의에 설명판을 들고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박원순, 김어준, 대장동, 생태탕, 파이시티...'

지난 19~20일 열린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시장이 있는 서울시 국감장은 여야 의원들의 싸움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말의 서울시정 전반을 살펴보는 '정책국감' 기대감은 국감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서울시 국감 내내 야당 의원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세를 쏟아냈다. 오세훈 시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물었고, 서울시 정책과 비교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화답했다. 오 시장은 대장동 개발 수익 구조 등의 설명에 집중하면서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 오 시장은 다양한 판넬을 제시하며 "대장동 개발은 서울시에서는 상상조차 못 할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대장동이 서울시에 있느냐"며 날 선 반응을 쏟아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마치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대장동 국감 하는 것 같은 발언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서울시정을 돌보기도 바쁜데 경기도정까지 챙기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냐"고 비꼬았다.

여당 의원들은 그러면서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의혹, 내곡동 땅 셀프보상 특혜 의 등을 언급하며 오 시장을 자극했다. 이에 오 시장은 "정치적으로 질문하지 말라"고 고함치는 등 대치하는 상황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오늘은 서울시 국감입니다"라는 행정안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사그라들었다.



국감은 '국정'을 다루는 장(場)이다. 서울시의 국감은 정쟁으로 잠식됐다. 여야는 서울시정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질의와 대안을 논하기보다 쳇바퀴 돌듯 같은 내용이 반복됐다. 결국 '이재명 공격'과 '이재명 보호'로 점철됐던 경기도 국감의 연장전으로 끝났다.

국회의원들이 이번 서울시 국감과 관련해 요구한 자료는 약 1800건에 달했다. 국감 두 달 전부터 방대한 자료 요구를 시작으로 국감 당일까지 공무원 본연의 업무는 정지된다. 요구자료는 기본 3~5년이고 국회의원별로 자료를 요구한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2년째 코로나19(COVID-19) 대응 최전선에서 현안 업무와 코로나 관련 업무를 병행하며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견디고 있다"며 "과도한 자료 요구나 개인적인 민원 해결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일부 의원들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상적인 국감은 지방정부에 대한 국회의 감사 비판이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에 대한 국감은 대선 이슈화를 위한 '쟁점화의 장'으로 변질됐다.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국가위임사무나 국가가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적은 반면 정치·사회적 이슈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노조의 외침을 여야 의원들이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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