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 반대"…베이징올림픽 성화에 인권 논란 '활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10.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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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들, 수도 아테네·성화 채화식장 인근서 이틀 연속 시위

18일(현지 시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채화식이 열리는 가운데 인권운동가들이 티베트 국기와 현수막을 펼치며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FP 18일(현지 시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채화식이 열리는 가운데 인권운동가들이 티베트 국기와 현수막을 펼치며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FP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신호탄인 성화 채화식이 진행된 가운데, 현장 부근에서 기습적인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첫 행사 격인 성화 채화식이 열렸다. 식은 문제 없이 진행됐지만 이곳에서는 채화식 한 시간 전쯤 한 인권단체의 기습 시위가 발생했다.



3명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올림피아에서 '대량학살 게임을 반대한다'(No genocide games)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티베트 국기를 펼쳐들고 성화를 향해 달려갔다. 이들은 채화식이 진행될 헤라 신전 안으로도 들어가려 했지만 그전에 현지경찰에 붙잡혔다. 한 시위자는 "중국이 위구르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냐"고 반발했다.

하루 전에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도 반중 시위가 진행됐다. 인권운동가들은 아크로폴리스의 공사 구조물에 기습적으로 올라가 티베트 깃발과 '홍콩 해방'(Free Hongkong)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시위로 티베트 국적의 트써라 조크상(18)과 홍콩에서 추방되어 미국 시민권을 얻은 조이 수(22)가 경찰에 체포됐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이같은 반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신장, 홍콩, 티베트 등 지역에서 인권 탄압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인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개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1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티베트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사진=로이터1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1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티베트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들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수용소에 구금된 인원인 150만~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강제 노동, 고문 등의 인권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중국은 이 수용소가 '직업 훈련 센터'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더해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1951년 강제 병합한 티베트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지난 7월 중국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상대로 한 대량학살을 멈추지 않는 한 올림픽을 연기하고,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구했다. 영국 하원도 같은 달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스포츠 행사가 반인륜적 범죄로 비난받는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열려서는 안 된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결의했다.

중국은 신장, 홍콩, 티베트 등 지역이 타협 불가능한 '핵심 이익'이라는 입장으로,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여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전 세계 최초로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동시에 치르는 도시가 된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티베트 인권문제가 불거지며 반대 시위와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성화 봉송 과정에서 티베트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저항으로 성화가 수차례 꺼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그리스에서 열린 성화 채화식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스피로스 카프로스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성화 채화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중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관계자만 참석한 상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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