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최고치' 기름값, 절반이 세금인데...'유류세' 깎아줄까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안재용 기자 2021.10.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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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스1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스1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동시 상승으로 기름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유류 가격의 절반이 넘는 유류세를 줄이면 소비자물가를 낮추고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국제유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세제에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다는 게 재정당국의 고민이다. 또 정권 차원에서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오히려 화석연료 소비를 부추기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스럽다.



1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소비자 물가 부담을 예의주시하며 유류세 인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세를 15%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기재부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법 시행령상 휘발유에는 리터(ℓ)당 529원, 경유에는 375원씩 교통세가 붙는다. 교통세의 15%와 26%씩 교육세, 주행세가 붙고 원유 수입 시 붙는 관세 3%와 수입부가금 16원, 부가가치세 10% 등이 더해져 소비자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휘발유 기준 리터당 761.89원이 정액이고, 국제유가 수입에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 된다.

정부 안팎에서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기름값에서 정액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5%로 6개월째 정부관리 목표인 2%를 넘어섰고, 10월 물가상승률 역시 지난해 통신비 지원 등 기저효과로 3%대를 넘보고 있다. 이례적으로 국제유가와 강달러가 동시에 나타나며 소비자물가를 부추기고 있으니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야한다는 얘기다. 올해 8월까지 걷힌 국세가 24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세수가 55조7000억원 늘어난 점도 유류세 인하론의 근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동향과 물가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유류세 인하 여부는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3%대 물가상승률이 나타나더라도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데다 한시적이라도 한번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7년만에 최고치' 기름값, 절반이 세금인데...'유류세' 깎아줄까
실제로 정부는 서민·영세자영업자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18년 11월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했지만 기재부 내부적으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직전 배럴당 71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가 하락하기 시작해 2018년 연말 49달러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가전망에 실패해 세수 손실을 냈다"는 비판을 또 다시 받지 않으려면 이번 유류세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이후 국제유가가 내리면 세수 손실 비판이 나오고, 국가유가가 오르면 정책효과가 반감되는 문제에 직면한다"며 "전문가 사이에서도 국제유가 전망이 엇갈리는 현 시점에서 유류세 인하 여부를 결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이상 유류세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오르는 시점의 물가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가탄소저감목표(NDC)를 26%에서 40%로 상향하고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발표하는 등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류세 인하가 정책 엇박자로 보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관리에 세제를 동원하는 것은 좋은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유류세 인하를 하더라도 최적의 시점과 인하 정도, 정부의 탄소중립방향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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