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AP자료사진)
"한일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대북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코로나19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 4일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지 11일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전임 스가 총리 때는 취임 8일 만에 첫 통화를 가졌다. 이후 스가 총리와 추가로 한 전화 통화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 전임인 아베 신조 총리와는 12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었다. 한일 정상회담도 7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랭해지면서 교류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방일을 추진했으나 소마 히로히사 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성적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막판에 무산됐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7번째로 통화를 했는데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 때 6번째로 이뤄진 것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일본 보수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지 10일 이상 지나 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1순위 그룹'이 아닌 2순위 그룹으로 밀렸다고 평가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한일 관계가 징용 및 위안부 문제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며 문 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 등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위안부 합의의 협상 당사자인 외무상이었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이들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중의원에서 열린 임시국회에 참석해 총리 취임 이후 첫 소신표명 연설 준비를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갈등 현안과 관련해
실제 기시다 총리는 전날 참의원 본회의 대표 질문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을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도록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속히 제시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날 통화에서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코로나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 양국이 함께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희망이 있는 미래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따뜻한 축하 말씀에 감사드린다.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와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현재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양국 정상들의 통화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하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일 정상 간 접촉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대면인사를 나눈 이후 약 4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