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은 10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의 총수며 국내 최고 부자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남들처럼 긴급한 해외출장을 핑계대거나 그 흔한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틀이나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호통과 질타를 기꺼이 감내했다. 왜 그랬을까. 카카오 대관의 무능 때문일까. 그보다는 김 의장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반(反)카카오 정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이른바 'GAFAN'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 규제는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올해 32세인 리나 칸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교수를 역대 최연소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플랫폼과 전쟁을 선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는 등 국내에서도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제도 마련이 본격화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도입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플랫폼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투자와 기술,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 플랫폼들이 순순히 규제의 족쇄를 찰 리 만무하다. 상생을 내세워 이미지 변신에 꾀하고, '자칫 섣부른 규제는 혁신의 싹마저 죽일 수 있다'는 여론전도 펼치면서 규제 막기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난한 힘겨루기 시간에 플랫폼이 침투한 시장은 초토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시장플레이어는 수십 년간 쌓인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는 반면 플랫폼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각하다.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와 네이버쇼핑·쿠팡, 금융시장에서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직접 규제뿐 아니라 플랫폼과 경쟁하는 기존 시장플레이어들에 대한 낡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는 규제당국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시장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플랫폼의 폭주를 막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아마존 킬러'의 할아버지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플랫폼은 너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