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교수
홍 후보가 꺼낸 '배신자 프레임'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도확장을 꾀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것일까. 과연 선악의 이분법이라는 진영논리를 넘어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본령으로 돌아가자는 사회통합적 규범론에 적합한 것일까.
'탄핵의 강'이 다시 소환되는 것은 이준석 후보를 당대표로 당선시킨 TK(대구·경북) 민심과도 배치된다. 이 후보는 지난 6월3일 보수의 심장 TK지역에 가서 "영입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그의 당당한 호소는 그동안 보수분열의 씨앗이 된 '탄핵의 강'을 정면으로 넘어서 집권과 미래로 가겠다는 의지로 평가돼 당대표 선출로 연결됐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양한 의견의 공론적 절충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변절자의 은어인 '사쿠라'를 경멸하면서 선명성을 추구한 운동권 세력이 '진영논리와 내로남불의 늪'에 빠지는 것은 씁쓸하다.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 탈냉전화, 탈이념화 등으로 표현되는 '전환기적 시대상황'으로 불린다.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사대부식 의리로 덧씌워진 고루한 이념, 신념을 지키는 것을 지조와 절개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배신자 프레임'은 현대 민주주의를 조선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 프레임이다. 의견의 다양성, 숙의를 통한 생각의 전환, 견제와 균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민주주의를 조선 사대부식 의리에 기초한 '충신 대 간신' 논쟁으로 뒤집어 보겠다는 꼼수다. 이는 선조의 명령에 불복종한 이순신 장군을 간신으로 모는 격이다. 윤석열·유승민 후보를 변절자와 배신자로 모는 것은 부적절하다. 홍 후보가 나쁜 프레임을 철회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