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인수하고' 덩치 키우는 중견화학사...업계 판도 흔든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10.1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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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 여수공장 /사진=DL케미칼DL케미칼 여수공장 /사진=DL케미칼


중견 화학사들이 '규모의 경제'에 도전하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과 그룹 내 유관 계열사 합병을 통해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빅2'를 중심으로 한 화학업계 판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덩치 키우기에 적극 나선 화학사는 DL그룹과 애경그룹이다. 글로벌 화학사인 미국 크레이튼 인수로 시장을 놀라게 한 DL케미칼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대림피앤피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애경그룹은 내달 1일 애경유화·에이케이켐텍(AK켐텍)·애경화학 등 3개 화학계열사 통합법인 '애경케미칼(가칭)' 출범을 예고했다.



DL케미칼의 대림피앤피 흡수·합병은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대림산업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건설사업부(DL이앤씨)와 석유화학사업부(DL케미칼)을 별도법인으로 분사하고, 존속법인을 DL㈜로 결정했다. 이후 DL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그룹 내 석유화학사업 개편이 이뤄졌다. 지난 8월 DL이 DL에프엔씨·카리플렉스 지분 전량을 DL케미칼에 현물출자한 데 이어, 대림피앤피까지 DL케미칼에 흡수되면서 DL케미칼의 그룹 내 영향력도 강화됐다.

DL케미칼은 계열사 지분확보 및 흡수·합병 외에도 M&A를 통해 사세를 넓히고 있다. 그룹 역사상 최대규모인 16억달러(약 1조88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크레이튼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일련의 분사·인수·합병 등은 중장기 전략에 따라 장시간 준비돼온 프로젝트다"면서 "2025년까지 글로벌 20위 화학사 진입이 목표다"고 소개했다.



애경케미칼은 2030년까지 연 매출 4조원과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애경유화는 9088억원의 매출액과 6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AK켐텍·애경화학의 작년 매출 규모는 각각 2349억원, 1956억원 등이다. 3사의 지난해 통합 매출액은 1조3000억원대다.

3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애경유화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7081억원, 영업이익 616억원 등이다. 수요회복과 유가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실적호조가 예상됨에도 금년도 3사의 합계 매출액은 2조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제시한 목표와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통합법인 출범 후 본격화 될 예정이며, 3사 인프라와 노하우를 집중시켜 중국·베트남·인도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애경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는 애경케미칼도 DL케미칼과 같이 M&A 등을 통한 사세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은 유가 등 외부요인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크고, 장치사업인 까닭에 생산라인의 신·증설 혹은 M&A 등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실적개선이 가능하다"면서 "애경케미칼도 유사한 행보를 걷게 될 것이다"고 시사했다.


DL그룹 재계 순위는 19위다. 애경그룹은 61위다. 대기업이지만 DL케미칼과 애경그룹 화학계열사 3사 모두 중견업체로 분류된다. 매출액 기준 올 상반기 국내 1위 화학사는 LG화학(21조1602억원)이다. 이어 롯데케미칼(8조5204억원), 한화솔루션(5조1818억원), SK지오센트릭(5조2658억원), 금호석유화학(4조535억원) 등이 상위권 기업으로 꼽힌다.

DL케미칼은 글로벌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했다. 이에 해당하는 국내 화학사로는 LG화학·롯데케미칼 등에 국한된다. 애경케미칼이 2030년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하면 대형 화학사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된다. 사세를 키우고 있는 양사가 계획대로 목표를 이행한다면 국내 화학업계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대형 화학사들이 최근 잇따라 친환경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DL케미칼과 애경케미칼이 이들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들이 사세를 키우고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국내 화학업계 전반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크레이튼 인수 당시, "크레이튼 인수로 미국·일본·독일 등 소수가 독점해 온 핵심기술 국산화와 함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 투자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석주 AK홀딩스 대표는 애경케미칼 출범과 관련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그룹의 핵심사업포트폴리오로 화학사업을 낙점했다"면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경쟁 속에서 3사가 힘을 합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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