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천만원 손해' 깐부치킨 점주 "오징어게임 수혜 봤으면"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1.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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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 "월세 내면 남는 거 없을 정도로 어려워, 신메뉴 '오징어치킨' 잘 팔리길 기대"

서울의 한 깐부치킨 매장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서울의 한 깐부치킨 매장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당장 내일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에요. 매달 1000만원 이상 손해보고 1년 이상 끌어왔고 대출도 1억4000만원이나 받았어요. 본사에서 신메뉴 '오징어치킨'을 출시한다는데 조금이라도 '오징어게임' 수혜를 봐 매출이 늘기를 바랄 뿐이에요."(서울 주요상권 내 깐부치킨 가맹점주)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관련 오일남 역의 배우 오영수(78) 광고모델 영입 건으로 화제가 된 치킨 프랜차이즈사 깐부치킨도 코로나19(COVID-19)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10개월 새 전체 점포 중 10곳 중 1곳 이상이 폐업했다.



깐부치킨 본사가 오징어게임 속 대사 '깐부'가 화제가 되며 오징어게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어려워진 점주들은 이에 따른 매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등이 완화되길 바라고 있다.
깐부치킨 브랜드명도 '깐부'에서 따왔다. /사진= 깐부치킨 홈페이지 캡처깐부치킨 브랜드명도 '깐부'에서 따왔다. /사진= 깐부치킨 홈페이지 캡처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깐부치킨의 점포수는 185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공개된 정보공개서 상 2019년 깐부치킨의 점포수 208개(가맹점수 201개, 직영점 7개) 대비 약 11%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점포수가 195개(직영점수 0개)였다. 점포수가 감소하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0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매장에서 주류와 함께 치킨을 파는 형태가 주를 이룬 터라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에서는 치킨 배달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장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 코로나19 타격을 입어 가맹점수와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깐부치킨을 운영하는 깐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222억8600만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억500만원으로 33% 감소했다.



깐부치킨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6년여간 깐부치킨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단체손님이 많았는데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며 "지난 7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접어들며 그나마 있던 손님이 거의 전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두달 안에 문 닫으려 했는데 건물주가 2개월 월세를 감면해줘 마음 추스르고 다시 영업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오징어치킨을 출시하고 오징어게임 관련 마케팅을 한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배달 매출 등이 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학가 내 깐부치킨 점주도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더 힘들어져서 직원수와 인건비를 줄였는데도 매달 손해보며 장사하고 있다"면서 "오징어게임 수혜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깐부치킨이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오징어치킨' 메뉴 모습과 '오징어게임' 패러디 포스터물/사진= 깐부치킨 인스타그램 캡처깐부치킨이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오징어치킨' 메뉴 모습과 '오징어게임' 패러디 포스터물/사진= 깐부치킨 인스타그램 캡처
깐부치킨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오는 11일 오징어치킨을 출시하고 추첨을 통해 현대자동차 캐스퍼, 삼성 Z 플립 폰 등 1억여원 상당의 경품 행사도 준비했다"며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치킨은 주사위 모양의 오징어, 할라피뇨, 청양고추, 옥수수콘이 들어간 반죽으로 만든 순살 치킨이다. 레몬 어니언 소스가 매운 맛을 중화한다.


앞서 깐부치킨은 오일남 역의 배우 오영수에도 광고 모델 제안을 했지만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연기자 본인이 광고 내에서 작품 속 단어를 언급함으로써 작품 내 장면의 의미가 흐려질 것을 우려해 고사했기 때문이다.

한편 깐부치킨뿐 아니라 다른 호프집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씨(54)는 "코로나19로 피부미용실 운영을 접고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다 이마저도 배달 수수료로 1년 만에 문을 닫은 뒤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지난 7월초 임대 계약을 맺고 호프집을 열었는데 갑자기 거리두기 4단계 강화로 손님이 하루에 1~2팀밖에 오지 않는다"며 "매달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 전에 이 자리에서 30여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던 분도 매달 월세를 못 내다 그만 접었다"며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업 가능 시간을 늘리는 등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호프집 인근에는 지난달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50대 자영업자의 호프집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이곳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마포구에서 운영하던 매장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마포구에서 운영하던 매장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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