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C) 뉴스1
NYT는 7일 서울발 기사에서 주인공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오징어 게임'이 치솟는 집값, 일자리 부족 등과 관련해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이야기들과 주인공들의 문제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국 전쟁 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부의 격차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드라마 비평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집단적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서 "1990년대 후반에 닥친 아시아 금융위기는 한국의 이런 긍정적 성공 신화를 약화시켰고 모두가 각자도생하게끔 했다"고 진단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NYT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격차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현재 11위이다.
가계 부채가 급증해 상당수 경제학자가 이로 인한 경제타격을 우려하는 상황이고, 집값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50% 급등해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됐다.
다만 NYT는 이같은 집값 상승과 실업률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도 했다. NYT는 "이 영화는 부의 불균형이 커지고 집값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미국·서유럽 등 부자 나라엔 익숙한 아이디어도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작년 1월 대학을 졸업한 신예은(27) 씨는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 사이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1년 넘게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중이라는 신 씨는 "20대 젊은이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요즘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 씨는 "한국에서는 모든 부모가 자녀들을 최고의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데, 그러려면 최고의 동네에서 살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집을 살 충분한 돈을 모아야 하는데, 이런 목표 자체가 내게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아예 몇 년이 걸릴지 계산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NYT는 또한 '흙수저'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많은 젊은이가 암호화폐나 복권 등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에 골몰해 있다며,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주가 폐업하면서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35세의 구용현 씨는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에서 편안하게 살기는 어렵다"면서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처럼 줄어드는 파이 한 조각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게임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몇명이 참여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속의 상금처럼 암호화폐는 단박에 인생을 바꿀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며 "돈벌이 하기의 어려움은 한국인들이 벼락부자가 되는 데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