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정감사 메인 플레이어인 국회의원이나 이들을 돕는 보좌관의 얘기가 아니다. 기업 대관 담당자의 말이다. 대관이란 입법·행정 등 관(官)과 자신이 속한 기업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기업 내 조직이다. 평소에도 규제개선이나 정책건의 등 각종 이해관계를 전달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특히 국감 기간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대관 담당자들은 국감 개최 1~2주 전부터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악은 총수의 출석이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각 의원실과 접촉하며 사정을 설명한다"며 "증인 채택을 막을 수 없다면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이나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임원이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증인 채택이 매듭지어져도 국회를 떠날 순 없다. 총수 대신 실무 임원진이 출석하도록 협조를 받았다면 마음의 짐을 조금 덜지만, 바쁜 건 매한가지다. 과거 대관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대기업 직원은 "하루종일 전화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파악한다"면서 "그간 관계를 맺어온 의원실이나 로펌을 통해 국감 당일에 기업 사람들이 머무를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는 일에 비해 받는 평가는 박하다. 총수나 CEO의 국감 증인 출석을 무산시키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정도의 평을 받는 반면, 이를 못 막을 경우에 떠안는 책임은 크다. 총수를 국감 증인에서 빼지 못한 기업에서는 대관 조직 내부에 변화가 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매번 나온다.
재계에서는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의 기업인 증인 신청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9~10월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으로 기업들이 한 창 바쁠 때임에도 마구잡이식 증인채택에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고 있다"면서 "발전지향적인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답변을 받아야 할 사안이 있다면 총수나 CEO보다는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실무자를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라 덧붙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국감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또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위해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 국정감사"라며 "하지만 국가 살림보다는 기업인이 더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