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한다며 아들 의식불명 만든 일진들"…피해자 더 있었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1.09.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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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9월12일 오후 3시10분쯤 인천 중구 한 건물 옥상. A군(17)과 B군(17)이 C군(17)의 가슴과 배 부위를 수차례 때렸다. C군이 넘어지면 등 부위를 발로 밟은 뒤 다시 일으켜 세워 무릎과 주먹으로 가격했다. 담뱃불로 C군의 목 부위와 가슴 부위를 지지고 소화전 철제 문짝으로 C군의 머리를 내리쳤다. C군은 흉골이 골절되는 등 약 4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두 달여 뒤인 지난 11월22일 오전 4시50분. A군과 B군은 다른 학생에게 또 폭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전날 오후 D군(17)에게 전화해 "내일 새벽 싸움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인천 중구 한 복싱 체육관으로 불러냈다. 겁에 질린 D군은 이들의 요구에 불응하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체육관으로 향했다.



A군과 B군은 D군에게 헤드기어와 권투 글러브를 착용시키고 링 안으로 들어가게 한 다음 '스파링'을 가장한 폭행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5분씩 번갈아가면서 때리는 수법으로 C군을 2시간 동안 폭행했다.

#A군과 B군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D군을 폭행하고 6일 뒤인 지난해 11월28일 오후 2시37분쯤. 이들은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가 또 다른 동급생 E군(17)을 폭행했다. 이들은 E군에게 태권도용 보호구를 머리에 쓰게 하고 '복싱 교육'을 빌미로 3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폭행했다.



이들은 계속된 폭행으로 결국 E군이 기절하자 E군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질질 끌고 다니기도 했다. 또 E군의 여동생에게 "니네 오빠 나하고 스파링 하다 맞아서 기절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E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한 달여 만에 깨어났다. 하지만 장기간의 재활치료와 상당한 기간 동안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과 B군은 E군을 폭행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5월 1심에서 각각 징역 장기 8년에 단기 4년을 선고받았다. 또 C군을 폭행한 혐의로 각각 징역 장기 10개월에 단기 6개월을, D군 폭행 혐의로도 각각 징역 장기 6개월에 단기 4개월을 선고받았다.


A군과 B군은 E군 폭행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에 각각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공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이 C·D·E군을 폭행한 3개 사건은 이 항소심에서 모두 병합돼 형이 다시 선고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A군과 B군의 형량은 3개 사건의 선고 형을 합산해 집행한다.

피해학생 어머니 "아들 같은 피해자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처벌 강화 호소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갈무리/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갈무리
A군과 B군의 폭행은 E군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E군 어머니는 "우리 아들 이전에 다른 피해자가 있었으나 큰 처벌없이 무마된 걸로 들었다"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만 끝이나니 이런 일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 또 금방 풀려날 거라 생각할테고,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이 온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 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국민 여러분 도와달라"며 "관련법을 만드시는 분들 제발 저희 아이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군 어머니의 글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던 강정수 박사는 △소년범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 △보호관찰 청소년 지도감독 강화 △불구속 소년범에 대한 관리감독 조치 신설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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