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화난' 마크롱에 전화 걸어 달랬다…10월말 회담 추진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1.09.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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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발 핵잠수함 관련 불화 이후 일주일 만…소환된 주미 프랑스 대사 귀환 예정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미국·호주·영국의 3각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발족으로 관계가 틀어진 미국과 프랑스가 10월 말 정상회담 추진을 통한 관계 복원에 나설 예정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30분가량의 전화통화를 가졌다.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의 오커스 발족 발표에 프랑스가 거세게 반발한 지 일주일 만이다.



미국과 영국은 오커스 발족을 통해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하기로 했고, 호주는 프랑스와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프랑스는 모든 것이 사전 통보없이 이뤄졌다며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하며 항의했다. 프랑스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오래된 우방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오커스 발족으로 손상된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양국은 두 정상의 전화통화 후 배포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양국)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했다"며 두 정상이 오는 10월 말 유럽에서 만나 이날 통화와 관련된 추가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 간 회담의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명은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국으로 소환했던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의 복귀를 지시했다며, 그가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집중 협의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사는 다음 주 워싱턴DC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호주 캔버라 주재 프랑스 대사의 복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성명에는 미국이 프랑스의 반발을 인정하며 프랑스를 달래려는 의도가 담긴 문구도 담겼다. 성명은 "양국 정상은 프랑스와 유럽의 파트너 국가들의 전략적 관심 문제에 대해 동맹국 간의 공개협의를 했으면 유용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점에서 그의 지속적인 약속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프랑스 등 유럽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또 대서양 간 세계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상호 보완적인 보다 강력하고 유능한 유럽의 방위 역량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헬 지역에서 유럽의 대테러 작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전화통화가 '친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통화가 양국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한 단계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이 언급한 '심도있는 협의'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익명의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치를 통한 신뢰 회복 약속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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