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경북대 인근 주택가 이슬람 사원 부지에 주민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이 길을 막고 서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 주택가에서 벌어진 '이슬람 사원 건립 논란'이 8개월이 넘도록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슬림 유학생이 모여 사는 이곳의 주민들은 '완공되면 수백명의 무슬림이 이곳으로 모인다'며 밤을 새워 차량 시위에 나섰다.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8만명을 눈앞에 뒀다. 무슬림과 시민단체들은 '가짜뉴스가 혐오를 조장한다'며 타협을 호소했다.
낮에는 주민들이 내건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면 모두 죽는다' '무슬림은 시민이고 대구 시민은 개XX인가' 등 수십여개의 현수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부지 인근 주민들은 아예 공사를 막는 '자경단'도 꾸렸다. 이들은 늦은 밤이 되면 이튿날 새벽까지 공사 현장을 찾을 수 없도록 차량을 동원해 입구를 틀어막았다. 현장을 방문하려면 굳게 걸어잠긴 자물쇠와 벽을 지나야 한다.
주민들은 이곳에 사원이 지어질 수 없는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사원 부지와 인근 주택가가 너무 가까워 예배 시간 소음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하루에 5차례씩 예배를 진행하며, 금요일에는 70~80명이 참석하는 기도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는 교회처럼 찬송가가 불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잔'이라는 일종의 외침이 함께 불러진다. 사원 부지를 주택가가 둘러싸고 있어 소음 피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사원이 완공되면 하루 5회 열리는 예배·기도 시간마다 수십명의 무슬림이 모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현재도 무슬림 유학생들이 원룸을 얻어 살면서 생기는 피해가 곱절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곳에서 30년간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무슬림들은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하는데다 라마단(금식) 기간이 되면 새벽 2~3시에도 무리지어 돌아다닌다"며 "세들어 사는 것은 참았지만 사원까지 지어가며 모이는 것은 도저히 못 참겠다"고 주장했다.
사원이 완공되면 하루에도 수십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이곳을 찾아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70대 이상의 노인이 대다수인 이곳 주민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이슈 등이 불거지며 여느 때보다 무슬림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고 호소한다.
이곳에서 20년간 살아온 A씨(57)는 "물론 원룸 주인들이 유학생들에게 월세를 받아 생활해 온 것은 맞지만 사원이 들어서는 것은 다른 문제다"라며 "사원이 지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을 찾는 무슬림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사원이 지어지는 것을 방관하면 이곳 전체가 무슬림 거리처럼 변할 것"이라고 했다.
17일 대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는 부지에 혐오를 멈춰줄 것을 호소하는 현수막(위)와 반대하는 현수막(아래)가 걸려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무슬림들 역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자고 촉구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의 B씨(42)는 "부지를 옮기거나 비용 부담을 나누는 등 우리와 주민들 사이에 얼마든지 타협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가게에 욕설 쪽지를 남겨두고 가거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주민분들도 계신데 우리는 모두 같은 이웃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