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일삼던 아버지가 또…욱해서 살해한 아들 '감형'된 사연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9.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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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징역 10년→8년

/사진=뉴스1/사진=뉴스1


함께 술 마시던 7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아들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버지를 보살폈고, 사건 당일에도 먼저 뺨을 맞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이 고려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정총령·조은래·김용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아버지 B씨(79)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사람이 죽었다. 신고해달라"고 소리쳤고 이를 들은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경찰은 집 안 곳곳에 핏자국과 깨진 소주병 등을 발견했다. A씨의 몸에는 피가 묻어 있었으며 B씨의 사체에는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다. 조사결과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A씨는 사건 전날 밤 아버지의 집에 와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생명 침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A씨에게 엄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고령의 부친을 상대로 범행해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부친이 어린 시절부터 술에 취해 아내와 자녀들에게 욕설과 구타 등 폭력을 행사했고, 모친 사망 후 형편이 넉넉치 못했음에도 A씨는 부친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하는 등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당일에도 A씨는 연락을 받지 않은 부친 집을 방문했고, 함께 술 마시던 중 만취 상태에서 모친의 죽음에 부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언쟁을 벌였다"며 "이에 부친이 먼저 A씨의 뺨을 때리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들이 A씨를 용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A씨가 범행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신고를 요청했고 출동한 경찰관을 범행 현장에 데리고 간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일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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