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장금융 靑낙하산 논란...금융위는 정말 몰랐을까?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9.0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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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발벗고 나서 전국민 가입을 독려했던 '한국형 뉴딜펀드'를 담당하는 한국성장금융에서다. 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는 원래 1곳이었는데 뉴딜펀드 운용 기능을 떼어내 투자운용 2본부를 신설한 뒤 2본부장으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영입했다. 황 씨는 청와대에서 바로 간 건 아니고 2019년부터 2년간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근무했다.

성장금융 본부장의 역할은 위탁 운용을 맡은 사모펀드회사나 자산운용사를 관리하는 업무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황 씨가 금융 관련 자격증이 있는지 여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옵티머스·라임 사태' 등을 겪으며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부실한 자산운용사나 펀드를 골라낼 수 있는 식견과 안목, 경험치가 과연 황 씨에게 있는지에 대해 금융투자업계가 우려하는 건 분명하다.



또 한가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우리도 몰랐다"며 이번 '낙하산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번 인사의 '피해자'를 호소하는 인물은 서종군 본부장 겸 전무인데 그는 금융위 출신이다. 과거 금융위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수년간 근무했고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창조금융팀장을 역임하다 한국성장금융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꾸준히 투자운용본부를 총괄했는데 이 부서가 갑자기 둘로 쪼개졌다.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는 2본부로 빼앗겼다. 사실상 핵심 업무에서 배제된 셈이다.



금융위와 모험자본 투자, 핀테크, 신성장기술, 미래차 투자 등 현만마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현장도 함께 찾던 성장금융이 유독 이 사안에 대해서만 '모르쇠'로 선긋기에 나섰다. 모든 책임을 인사권자인 성기홍 사장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달 전부터 자본시장에 돌던 '금융위가 성 사장 견제에 나섰다'는 풍문과도 이어진다. 성기홍 사장은 한국벤처투자 출신으로 정책자금과 펀드, 투자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직전까지 모태펀드를 관할했다. 다만 부처가 '중소벤처기업부' 소속이었다. 성장금융 터줏대감으로 있던 서 본부장은 '금융위 라인'을 자처해왔다.

최근 불거진 '낙하산' 논란을 비틀어보면 그간 물밑에서 이뤄지던 부처간 힘겨루기와 자리 싸움이 정권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일수도 있다. 대부분의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자조섞인 한 마디가 귀에 아른거린다. "낙하산이 어디 하루 이틀 이야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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