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춘 카카오페이…관심 몰리는 세 가지 투자 포인트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9.0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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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올해 하반기 대어 카카오페이가 공모가를 낮췄다. 조정 폭은 예상보다 낮다. 게다가 발행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통해 공모희망가를 기존 6만3000원~9만6000원에서 6만~9만원으로 조정했다. 상단 기준 6%가량 낮췄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공모로 1조200억~1조5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7조8220억~11조7330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올해 하반기 유망 대어로 꼽힌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살펴볼 만한 포인트 세가지를 추려봤다.



①공모가는 낮췄지만, 적정 시총은 높아졌다
공모가 낮춘 카카오페이…관심 몰리는 세 가지 투자 포인트
눈여겨볼 점은 카카오페이가 공모가 밴드를 낮추면서도 할인률을 적용하기 이전의 적정 시가총액은 오히려 높였다는 점이다. 이번 정정신고서에서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적정 시총은 17조7968억원이다. 1차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적정 시총(16조6192억원)보다 7% 높다.

카카오페이의 행보는 앞서 공모가를 낮춘 대어들과 비교해봐도 남다르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평가 시가총액을 35조원에서 29조원으로 16% 이상 낮췄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기업가치 평가액을 11조7500억원에서 9조원대로 20% 이상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에도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적정 시총을 높인 대신 카카오페이는 할인율을 높여 공모가를 낮췄다. 2차 증권신고서에서 카카오페이가 적용한 할인율은 31.28~54.19%로, 기존 할인율(21.51~48.49%)보다 높다. 평가지표로 삼은 '성장률 조정 EV/Sales(매출 대비 기업가치)'의 특수성을 고려해 할인율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EV/Sales는 해당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경영실적이 적자인 경우 이용된다.

카카오페이는 "과거 성장률이 미래 성장률을 담보하지 못하기에 공모 할인율을 보수적으로 적용했다"며 "투자자가 매출액 성장률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경우에도 선택할 수 있도록 공모 가격의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②새로 추가된 비교기업은 어디? 페이팔 없애고, 업스타트 넣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데이 2019'에서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데이 2019'에서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카카오페이는 논란이 됐던 페이팔·스퀘어 등을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 페이팔의 경우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25개 통화로 사용 가능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카카오페이는 내수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출액 차이도 50~60배 이상으로 컸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재무적 유사성 기준에 '시총 500억달러 미만',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억달러 이상 50억달러 미만' 등 항목을 추가해 두 기업을 제외했다.

새롭게 추가된 비교기업은 미국 AI(인공지능) 핀테크 업체 '업스타트홀딩스'(이하 업스타트)와 브라질 핀테크 기업 '스톤코'다.

업스타트는 최근 미 증시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공모가 20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한 업스타트는 약 8개월 만에 11배 이상 뛰었다. 최근 발표한 2분기 매출액은 1억9400만달러(2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8% 급증했다.

업스타트는 AI를 활용한 금융 플랫폼을 운영한다. AI가 대출을 심사하고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높은 대출 승인률과 낮은 손실률, 높은 수준의 자동화 솔루션이 핵심이다. 현재는 개인 대출 시장에 주력 중이며 향후에는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스톤코는 중소상인 대상으로 결제 시스템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라질 핀테크 기업이다. 최근 브라질 1위 ERP(소프트웨어관리) 업체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투자해 종합 금융 운영 시스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3억2000만헤알(7459억원)을 기록했다.

③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넘어설까…"이익 성장성" VS "고평가"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페이의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기업은 계열사 카카오뱅크 (23,050원 ▼450 -1.91%)다.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상장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금융 계열사라는 점에서 사업의 유사성도 한몫했다. 두 업체 모두 브라질 핀테크 플랫폼 업체 '파그세구로'를 비교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하며 겹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성장성이 카카오뱅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카카오뱅크 상장 이전) 발간한 리포트에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21조9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 (23,050원 ▼450 -1.91%)(18조5000억원)보다 높게 제시하기도 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NIM(순이자마진) 비즈니스는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같은 마진율 하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IT(정보기술) 기반이라 매출이 늘면 비용은 고정, 이익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도 고평가돼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카카오 계열사가 기업가치를 추산할 때만 하더라도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며 "현재 카카오뱅크의 시총을 놓고 보자면 비슷한 비율이긴 하지만, 카뱅 역시 고평가 논란이 이는 만큼 카카오페이도 비슷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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