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손실 예상되는데…지하철 무임승차 '폭탄 돌리기'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1.09.0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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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6개 도시 지하철 노조가 인력을 감축 구조조정 및 만성적자에 따른 재정난 등의 이유로 지난달 20일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6개 도시 지하철 노조가 인력을 감축 구조조정 및 만성적자에 따른 재정난 등의 이유로 지난달 20일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무임승차로 인한 도시철도 손실 보전 문제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 지자체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지자체 소관이 원칙이라고 선을 긋는다. 해마다 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요금 인상은 엄두도 못낸다. 무임승차 대상을 제한하는 대안 등이 거론되지만 '표'와 직결되는 탓에 국회도 정부에 공을 돌리고 있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무임승차 정책 이행에 따라 발생한 재정 손실을 더이상 지자체 부담으로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직접 (도시철도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1980년 5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절반을 할인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노인의 기준이 65세로 하향 조정되고 100% 할인을 적용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무임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을 시작으로 장애인,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5·18 민주화 운동 부상자로 점차 넓어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무임승차자 규모는 2019년 2억7000명에 달한다. 2015년 2억5000명에서 해마다 늘었다. 무임수송 손실은 2019년 전체 영업손실 5324억원 중 70% 가량인 3709억 원에 달한다. 전체 승차인원에서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무임수송손실 비용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문제는 현재 노령화로 인해 전체 승객 중 무임승차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 인구의 16%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데 2047년이면 이 인구가 3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구원은 이로인해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손실 비용이 9조~1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오 시장이 "결국 적자의 주요 원인인 국비 보전 없는 정부 무임승차 정책으로 인해 시민의 발이 멈추게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손실규모는 해마다 커지는데 지하철 요금은 6년째 동결돼 있다. 선출직으로 뽑히는 시장이 요금인상을 섣불리 단행하기 어려운 구조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도 대중교통요금을 섣불리 인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근거로 코레일의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듯, 도시철도법에도 근거를 명시해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뿐 아니다.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광주 등 전국 6개 지역 지하철노동조합은 "지하철 운영기관 재정 악화의 핵심 원인인 법정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달 중순 전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원칙적으로 도시철도의 건설과 운영은 지자체의 사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도시철도가 운영되는 지역주민에게 한정돼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게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시철도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도시철도 건설은 지원하지만 운영비는 원칙적으로 지자체 부담"이라며 "노인·장애인 등 복지 업무는 지방사무와도 관련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도시철도 운임과 관련해선 도시철도법에 따라 시·도지사가 결정한다"며 "중앙정부는 매년 도시철도에 노후시설 개선을 위해 올해 1조9000억원 지원했는데 이런 측면도 같이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시철도 무임승차에 대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등 관계부처의 요청으로 상임위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20대 국회인 2017년에도 무임승차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전액을 국가 또는 원인제공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국토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 기재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할인대상 연령조정, 할인율 등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구세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무임승차제도의 할인대상 연령조정, 할인율 조정, 시간대·연령에 따른 할인율 차등적용, 할인 총액제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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