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KIPPS 머니투데이 기획 토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젠더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 여성 대상 범죄 대책에서 시대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디지털 영역의 성범죄가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처벌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킵스(KIPPS·공공정책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세대, 젠더갈등 대응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법 체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성범죄의 구성요건이 너무 현실과 동 떨어져 이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KIPPS 머니투데이 기획 토론'에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 대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이나 신분이 성적 대상화가 돼 온라인에 계속 떠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호소하고 국가와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설사 가해자를 처벌하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 촬영물 등을 유통시켜 범죄를 저지른 양진호씨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그가 유통시킨 영상물은 여전히 온라인에 남아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도 비슷하다. 신 대표는 "과거 오프라인에서 여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여성들이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해 싸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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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킵스 공동대표는 "여성들이 시험도 잘보고 취직도 잘하는데 폭력 앞에선 여전히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 폭력도 있고 언어 폭력도 있는데 온라인 폭력에는 거의 무방비"라고 말했다.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비동의 강간죄 개정" 법체계 정비 필요
2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KIPPS 머니투데이 기획 토론'에서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장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법조계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올리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법체계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다음 대선에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등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성희롱과 혐오에 대한 처벌도 허술한 구멍이다. 신 대표는 "댓글 등을 통한 사이버 비방이 온라인에서 굉장히 만연한데 잘 처벌이 안 된다"며 "해외에서는 혐오표현에 성별, 성적지향에 대한 모독 등이 포함됐는데 최근 프랑스에서도 형법으로 (혐오표현을) 처벌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범죄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수법도 발전했으나 법체계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나라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속도가 유독 느리다는 비판이다.
신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강간도 비동의 강간죄로 개정이 필요하다"며 "여성의 저항 여부가 초점이 아니라 여성의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 형법상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바꾸는 것이 전세계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 문제는 지난해 총선 때 여야 모두가 공언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성범죄 처벌의)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고 특별법과 신법만 계속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