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 넘어 수소·친환경 강자로…'30년 R&D'가 바꾼 코오롱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8.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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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7>코오롱그룹①

편집자주 수소 경제 육성 등 국가 미래를 좌우할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하고 있는 머니투데이가 <'탄소 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을 슬로건으로 올해도 다양한 기획 기사와 행사를 선보입니다. 선택을 넘어 생존과 미래를 걸고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과 정부, 공공기관, 지차체들이 그리는 K-그린뉴딜의 청사진을 머니투데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전경/사진제공=코오롱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전경/사진제공=코오롱


"지금의 시대 상황은 연결과 연대의 필요성을 일러준다. 코오롱 가족 모두는 공공의 문제를 공유하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역량과 기술을 발휘해 창조적으로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올 초 코오롱 (16,510원 ▲70 +0.43%) 그룹 주요 사장단으로 구성된 협의체 원앤온리(One&Only)위원회가 내놓은 신년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최근 경영상의 주요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철저한 실천의 당부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기업가치도 함께 끌어올리겠단 의지다.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사업 부문 연구개발과 투자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 올해 코오롱 각 계열사는 최대 실적을 잇따라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67년 역사를 지닌 모태 산업 화학섬유에서 벗어나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수소연료전지, 풍력, 모듈형건축사업까지 고부가·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신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30년 연구개발' 빛이나는 코오롱···자타공인 수소 산업 소재 강자로 '도약'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되는 수분제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되는 수분제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코오롱


코오롱의 미래 사업 전략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주도중인 수소 사업이다. 친환경 시대에 걸맞을 뿐 아니라 성장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향후 수소 시장에서 핵심 소재 통합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신한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소 사업 매출액은 2021년 300억원, 2023년 1000~1200억원, 2030년 1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전체 매출액은 4조원대다. 수소 사업에서 현재 가시화된 사업군은 크게 세 가지로 △수분제어장치 △막전극접합체(MEA) △전해질막(PEM) 등이다. 각각이 수소 모빌리티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수소연료전지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이다.

우선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전기를 잘 생성토록 내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필수 부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분제어장치는 스택(전기발생장치)의 물과 온도를 관리하고 배출가스의 수소 농도를 줄이는 기능까지 갖춘 점이 특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수분제어장치 점유율 1위다.


코오롱인더 (42,000원 ▲2,000 +5.00%)스트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수분제어장치 양산체제를 갖추고 현대차의 1세대 수소전기차 투싼, 2018년 출시된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2023년 출시되는 신형 넥쏘를 비롯해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에 수분제어장치를 공급키로 결정, 증설도 검토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수소연료전지 소재와 부품 기술력, 역량을 점차 키워 나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수소연료전지에 함께 들어가는 PEM과 MEA 사업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PEM은 선택적 투과능력을 보이는 분리막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수소 가스가 전극층에서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는데 이 전자가 도선을 따라 전류를 만들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PEM 양산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나섰다.

코오롱 관계자는 "PEM 설비는 ESS용 산화환원 흐름 전지와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에 적용되는 분리막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PEM을 전극과 결합해 만든 부품이 MEA다. MEA는 전기가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곳이자 수소연료전지 스택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 고어(Gore)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MEA 설비를 확충해 2022년까지 양산·판매함이 목표다. 무엇보다 PEM과 MEA를 동시 생산하는 기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재 국내 유일해 시장 팽창기에 선점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수소 모빌리티 소재 분야에 강점을 갖게 된 원동력으로는 30여년 전부터 멀리 보고 꾸준히 다져온 연구개발(R&D)이 꼽힌다.

코오롱 관계자는 "오랜 시간 화학섬유를 다뤘던 경험을 살려 1989년 소재의 성격이 비슷한 분리막 연구를 개시, 이후 혈액 투석용 분리막 연구, 정수기용 분리막 사업, 산업용 수처리 분리막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며 "이후 2006년부터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올해로 15년째"라고 설명했다.

폐섬유로 옷 물론 건자재까지?···국제사회도 코오롱 친환경 노력 '인정'
코오롱은 친환경 소재에도 지속적 투자를 단행해 점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 친환경, ESG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 친환경 사업이 그룹의 성장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SK종합화학과 잡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 개발에 성공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PBAT는 사용 후 땅에 매립하면 제품의 90% 이상이 6개월 안에 자연 분해되는 소재다. 뿐만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5월 LG생활건강, 롯데알미늄과 혐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PCR PET' 필름을 개발한다고 밝혀 친환경 포장재 시장에서 새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패션을 담당하는 FnC부문은 업사이클링을 통한 독보적 브랜드도 구축중이다. 대표적 브랜드가 '래;코드'(RE;CODE)로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의 3년차 재고나 에어백, 카시트 등 산업 소재를 활용, 새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중이다.

친환경 소재 개발에 코오롱플라스틱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세계 두번째로 유기성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로 만든 '바이오POM(폴리옥시메틸렌)' 상업 양산에 성공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또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만든 메탄올을 원료로 생산하는 '그린POM' 생산체계도 준비해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한다.

코오롱글로벌의 모듈러 건축 자회사 코오롱이앤씨는 최근 섬유 폐기물을 업사이클랑 건축자재를 개발하고 관련 시장 개쳑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인 세진플러스와 관련 업무협약도 맺었다.

한편 코오롱의 친환경 노력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4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받는 대표적 글로벌 조사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로부터 골드등급을 획득했다. 이 등급은 전세계에서 심사 대상인 기초화학업종 총 2607개사 중 상위 5% 내에만 부여하는 등급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환경 및 노동 분야에서 높은 점수로 상위 3% 수준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코오롱플라스틱이 양산한 바이오POM도 'ISCC 플러스'를 획득했다. ISCC 플러스란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지침에 부합하는 국제인증 제도로 친환경 바이오 제품 등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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