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전 집 샀는데…법원은 '버티기' 임차인 손 들어줬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1.08.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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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아파트 매매 후 계약갱신권 생기자 임차인 '못 나간다' 버티기

/사진=뉴스1/사진=뉴스1


#임차인 A씨는 2019년 4월 강남의 한 아파트를 2년 간 임차하는 계약을 집 주인 B씨와 맺었다. 조건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

이듬해 C씨 부부가 나타나 실거주 목적으로 이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시점은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7월 초. C씨 부부는 계약금 1억3000만원을 지급한 뒤 같은해 10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매매계약 직후인 7월31일 개정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A씨가 집에서 못 나가겠다면서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것. C씨 부부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A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C씨 부부는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개정 임대차법 예외조항을 들어 건물인도 소송을 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주택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던 만큼 이 사건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1심 법원은 C씨 부부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는 대로 보증금을 받고 집에서 나가라고 판결한 것. 1심은 "C씨 부부로서는 계약 당시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자신들이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믿음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2심, 뒤집힌 판결…"매수자,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거절할 수 없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3부(부장판사 주채광·석준협·권양희)는 C씨 부부는 A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처럼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이 매수된 경우 매수자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는 개정 임대차법에 명시돼 있지 않았았다는 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문언을 근거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법원이 법률을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2심은 "임대인 측 사정으로 볼 수 있는 '임대인이 임차주택을 매도했고 매수인이 실거주 의사가 있는 경우'를 갱신거절 사유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은 예외적으로 정하고 있는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해석론을 통해 새로 추가하는 결과가 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계약갱신 거부권은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임대인이었던 C씨가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5일 현재 쌍방 모두 상고하지 않은 상태다. 1·2심 결론이 엇갈렸던 만큼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주택시장에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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