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만 150조 투자…"밀리면 끝" 이재용의 각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도윤 기자 2021.08.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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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년 플랜 버전 Ⅱ]②

삼성그룹이 24일 내놓은 투자·고용 계획의 핵심은 과감한 투자와 미래 대비, 사회적 기여에 찍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 등으로 차질이 빚어졌던 글로벌 IT 패권경쟁에서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선언적인 메시지는 없었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새로운 방향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광복절 가석방으로 복귀한 지 11일만에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삼성 특유의 초격차 경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TSMC 추격 제대로 시작"
반도체에만 150조 투자…"밀리면 끝" 이재용의 각오


투자 영(0)순위로는 단연 반도체가 꼽힌다. 전체 투자금의 60%인 150조원가량을 반도체 사업에 쏟아붓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설 자금 20조원을 제외하더라도 연평균 40조원 규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투자액 32조원을 훌쩍 웃돈다.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반도체 리더십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에서 발표했던 것보다 액수가 더 늘었다"며 "TSMC나 인텔에 비해 투자 결정이 늦었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본격적인 추격전이 이제 제대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이라며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사실상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통신' 미래먹거리 확보
반도체에만 150조 투자…"밀리면 끝" 이재용의 각오
삼성전자는 이날 반도체 외에 전략사업 부문으로 바이오와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를 꼽았다. 내부적으로 이들 분야에 앞으로 3년 동안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2의 반도체'로 키우는 바이오 부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건설 중인 4공장 총 투자액이 1조74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 결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에서도 초격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내 코로나19(COVID-19) 백신 수급 문제와 맞물려 백신 자체 생산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로봇·수퍼컴퓨터 등 신성장 IT 분야 투자도 그동안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등 신성장 산업 분야 인재 확보에서 몇몇 성과가 있었지만 눈에 띄는 투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역할' 제시…경제·외교 다중 포석
반도체에만 150조 투자…"밀리면 끝" 이재용의 각오
첨단 신사업을 두고 총 240조원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중국 등 후발주자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를 차단하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기대에 대한 '1등 기업'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직접 채용 규모를 당초 예상치였던 3만명보다 1만명 늘어난 4만명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와 함께 해외 투자 규모도 윤곽이 드러나면서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투자 관련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뉴욕·애리조나 등을 후보지로 현지 지방정부와 세제 혜택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현지 파운드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전략에서 한미 정부의 외교 관계에도 훈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상보다 투자 규모가 크다"며 "이번 투자로 다소 정체됐던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일자리 문제, 한미 관계 등 국가 경제·외교 전반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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