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8.17/뉴스1
왜 78년이나 걸렸을까. 카자흐스탄의 경우 냉전시대 동안 소련의 영토였다. 대한민국과는 유해봉환을 구상할 수도, 시도할 수도 없었다. 북한도 적극적이지 않았는지, 소련이 무너질 때까지 약 40년 동안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고향 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외교가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대한민국-카자흐스탄 정상급에서 논의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의 한국행에 대한 고려인들의 입장(찬반이 공존), 북한의 입장(반대)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달라진 변수는 '양국 정상의 강력한 의지'였다는 것.
토카예프 대통령도 팔을 걷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은 중국·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것에 관심이 큰 국가다. 신북방정책에 나서고 있는 한국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마침 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과 관련한 '특별 요청'을 해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즉 문 대통령의 '진심이 섞인 요청', 한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싶었던 토카예프 대통령의 '통큰 결단'이 만나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결정될 수 있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코로나19 발발 이후 첫 국빈방한 이벤트였던 토카예프 대통령의 한국행이 성사됐고, 홍범도 장군의 유해도 이에 맞춰 국내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지난 17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윈-윈' 거래가 이뤄진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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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관계자는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싶어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홍범도 장군 관련) 부탁을 듣고 특별히 유해를 직접 전달하고 싶어했다"며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았다. 양쪽 대통령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17일 정상회담 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17.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