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깨준'과 '대깨윤'으로 갈라지는 국민의힘 지지층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1.08.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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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2021.7.25/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2021.7.25/뉴스1


국민의힘 지지층이 대깨준(대가리 깨져도 이준석)과 대깨윤(대가리 깨져도 윤석열)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간 대결이 심화되자, 지지층도 이 경향을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맹목적인 지지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국민의힘의 분열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尹 지지층 "운전기사 이준석은 무면허"
이준석 대표는 지난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경선 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를 부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내 대선주자들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한 한 마디였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뒤집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의 '센터 다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의 "곧 정리된다" 발언 논쟁이 봉합된 지 얼마되지 않아 또 다시 갈등을 야기할만한 말이 당대표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

특히 윤석열 전 총장 지지층은 '운전대'를 거론한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와 '경선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게 윤 전 총장 측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경선 전 두 차례 토론회(18일, 25일)' 개최에 대해 이견을 보여왔다. 결국 이 대표가 양보해 25일 한 차례 '비전 발표회'로 조율된 상황인데, 이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민주당 스파이냐", "맨날 싸우기만 하냐", "운전대를 뽑았다는데 운전기사(이준석)가 만취상태", "운전기사의 자작극 아닌가", "운전기사가 무면허" 등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李 지지층 "사퇴하라고? 짜고 치는 고스톱"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소속이었던 민영삼 전 국민통합특보는 22일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준석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밝혔다.

민 전 특보가 즉시 글을 내렸지만, 발언의 여파는 컸다. 이 대표의 '사퇴'를 실명으로 거론했다는 점, 그리고 '이준석=유승민계'라는 윤석열 캠프의 시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안 그래도 이 대표는 과거 윤석열 캠프의 신지호 전 의원이 "대통령도 탄핵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에 대해 격분했던 적이 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8.2/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8.2/뉴스1
윤석열 캠프는 곧바로 민영삼 전 특보를 해촉하는 조치를 했지만 이준석 대표 지지층은 분노했다. 민 전 특보 해촉도 '계획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흘리고 빠지는 방식으로 이 대표를 흔드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윤 전 총장 본인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윤석열 캠프가 이 대표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상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점도 이같은 시각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 지지층은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민 전 특보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통합특보? 윤석열식 통합의 모습 잘 봤다", "윤석열은 사람관리를 못한다", "꼬리자르기 아닌가", "다 짜고 치는 고스톱", "화전양면술이 아니면, 윤 전 총장이 캠프에 먹혀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대깨준과 대깨윤으로 갈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지지층과 윤석열 전 총장 지지층은 서로를 '대깨윤', '대깨준'으로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층을 일컫는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에서 단어를 차용해 서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대깨준'은 주로 '에프엠코리아(펨코)'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반페미니즘 등 2030세대 남성을 대변하는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깨윤'은 대선 승리 가능성을 따지는 게 특징이다. 가장 앞서는 지지율을 가진 윤석열 전 총장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가깝다. 주로 '엠엘비파크(엠팍)' 등에서 볼 수 있으며, '대깨준' 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깨'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에서 보듯 맹목적인 추종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영삼 전 특보의 페이스북에 '대깨준'들은 인신공격을 동반한 비판 댓글을 대거 달았다. '대깨윤'들은 '이준석 대표 사퇴'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팬덤간 선을 넘는 행위들이 관측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뢰가 무너진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입당 후 하루가 멀다하고 '이준석-윤석열 갈등'이 나오자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윤 전 총장 지지층은 이 대표가 "유승민 대통령 만들 것" 등의 발언을 한 이유로 '이준석=유승민 측'이라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이 대표 지지층은 윤 전 총장이 점령군 행세를 하며 젊은 대표를 압박하는 게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사상초유의 당대표-1위후보간 갈등이 쉽게 봉합될 분위기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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