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국가책임화, 개천에서 용 찾는 대학 입시제도… 10대 과제 제시
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전환적 기술혁신의 시대, 인적투자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임재훈 전 국회의원(킵스 자문위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배상훈 교수는 대한민국 10대 교육과제 중 하나로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를 꼽았다. 현재는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정부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들이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누리과정 비용 6년 동결 대응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누리과정 비용 인상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1
두 번째 과제로는 '수업 잘하는 학교 만들기'를 꼽았다. 배 교수는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교육청의 기능과 역할을 재편해서 학교 행정업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학교마다 배치된 행정 인력은 1~2명에 그친다"며 "반대로 교육청은 비대화되고 선생님들은 행정관료의 뒤치닥거리에 지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계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주역은 교사"라며 "교사발 학습혁명을 위해 뒤처진 학생을 찾고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 △내 집처럼 좋은 학교 만들기 △지역 꿈 지원센터 건립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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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전환적 기술혁신의 시대, 인적투자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와 함께 △작고 강한 지방대학 100개 만들기 △글로벌 초일류 대학 만들기 △청년 인턴과 창업 강국 만들기 △온 국민을 위한 평생학습 시대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배 교수는 "지방대학이 죽는다는데 대부분 대학이 백화점식 학과 운영으로 특성화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학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하려는 대학은 강소특성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고 그래도 어려우면 지역의 평생학습기관으로 전환하게끔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와 별개로 초일류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배 교수는 "규제에서 자유로운 초일류대학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AI(인공지능)전공 정원이 안 나온다면 한시적으로 입학정원을 늘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재는 대학 정원을 늘리려면 교육부의 정원 조정 기준을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탈정치화'를 제안했다. 배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정치를 초월한 국가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탈정치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다시 돌아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정당과 이해집단이 추천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며 " 이렇게 정당 추천 대표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가면 교육정책을 둘러싼 싸움판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량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직장 문화·복지정책 '선순환' 필요"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반 위원은 "수년간의 공·사교육을 통해 프랑스어를 잘하게 된 직원이 있더라도 직장생활 30년 동안 이 스킬을 업무에 전혀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개인이 갖고있는 역량이 일터의 수준에 맞춰서 퇴화하는 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사업주도 직원에게 학습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거나 직원이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더 잘하려고 하면 튄다고 싫어한다"며 "학습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는 반드시 일터에서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하면서 "기업에서 직원의 배울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학습휴가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 육아휴직이나 대학교수의 연구년 제도처럼 근무시간 중 일부는 직원 스스로가 학습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겨질 수 있도록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공무원들도 자리에 앉아만 있지 말고 전문가나 교수, 연구소를 찾아가 공부할 수 있게 제도화 하자. 핵심은 학습시간을 권리로서, 제도로서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학 육성 방안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지원 강화 의견과 함께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 교수는 "중국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싱가포르 역시 막대한 돈을 퍼붓는데 한국 대학은 수업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의 돈밖에 없다"며 "이를테면 교육부의 BK21(두뇌한국) 사업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 MIT(매사추세츠공과대)급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점차 목적의식이 흐지부지 됐다. 대학 교육에 장기적 비전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 교수는 " 일부 문제있는 사학 때문에 사학을 무조건 비리의 온상으로 보는 것도 문제"라며 "건전한 사학이라면 지원금을 주는 것이 재단 배만 불린다는 부정적 생각보다는 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