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하지만 몇 가지만 생각해보면 바이오기업이야말로 다양한 갑을관계 속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종업원 수를 살펴보자.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SK바이오팜의 종업원 수는 200명을 약간 상회하고, 시총 1조3000억원인 레고켐바이오도 종업원 수는 100명 수준이다. 생각보다 적은 인력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와 외부에서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종업원이 수십 명 이내인 초기 바이오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내·외부의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이 필요하다. 전임상시험에 필요한 신약 후보물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의존해야 하고,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을 위해선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의존이 필요하다. 때로는 허가등록을 위해서도 협업이 필요하고, 수많은 공동연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술이전이 진행된 이후에도 기술을 제공하는 측은 지속적인 백업연구를 통해 파트너가 후속개발을 잘 진행하도록 하고 제공받은 경우에도 지속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이외에도 특허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변리사와 관계,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과 관계, 상장심사를 위한 주관증권사와 관계 등 수많은 갑을관계 속에 던져진다.
혹자는 신약개발 과정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 오케스트라에선 개별 뮤지션의 최선을 다한 연주가 화음을 이루고 연주의 끝까지 흠결이 있어서는 인 되며 스텝과 관객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소중한 역할을 한다. 신약개발에서 타깃발굴부터 전임상·임상단계를 거쳐 마케팅을 통해 환자에게 전해지는 것을 비교한 것이다.
오늘 당장 변리사, CRO, CMO기관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사회적 거리두기만 완화되면 하루라도 빨리 생선구이백반이라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시라. 누가 알까. 오늘의 연락 한 통으로 수조 원짜리 신약기술 이전이 빨라지거나 생각지도 않은 장점을 발견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