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M11' 광고 포스터 모델로 나선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제공=샤오미.
정작 샤오미 현상을 보는 바깥의 시선은 복잡했다. '싸구려 중국폰' 이미지를 극복했다는 의미로 '대륙의 실수'란 별칭을 얻었지만 '애플 카피켓'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샤오미의 인기가 오래갈 것 같진 않았다. 기술특허나 디자인 도용 논란에 갇힌 '안방 호랑이'로 봤다. 7년 뒤 그 회사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줄이야.
이번에도 운이 따랐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화웨이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샤오미가 빈자리를 꿰찼다. 화웨이와 달리 법정 소송을 통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 목록에서 제외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시장 운발도 있지만 샤오미 특유의 제품전략이 해외 시장에서 먹혀든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샤오미의 최대 장점은 중국 제품답지 않다는 것이다. 샤오미 특유의 디자인 감성이 나쁘지 않다. 같은 사양이면 경쟁사 대비 가격대가 제법 착하다. 레이쥔이 창업 초기부터 고집한 극강의 가성비 전략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통했다. 레이쥔은 "앞으로 하드웨어 판매마진을 5%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더이상 전통 제조사로 보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전통 제조사의 수익 잣대인 '대당 판매마진' 대신 플랫폼기업으로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특허 리스크는 더 이상 샤오미의 아킬레스건이 아니다. 취약한 지식재산권을 보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레이쥔은 R&D(연구·개발)와 특허권 매입에 사력을 다했다. 지난해 샤오미가 R&D에 쏟아부은 돈만 100억위안(약 1조7700억원). 올해는 투자규모가 130억위안(약 2조3000억원)을 훌쩍 넘길 태세다. 삼성의 폴더블폰(접히는 폰) 신제품 공개행사에 앞서 하루 전날 신제품을 발표하는 샤오미의 도발(?)은 '이젠 맞장을 뜰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의 발로다.
사실 한번 미끄러지면 시장 퇴출을 모면하기 어려웠던 게 그간의 스마트폰 업계의 공식이다. 노키아, 모토롤라, 블랙베리가 그랬다. 국내에서도 팬택과 LG전자가 전철을 밟았다. 샤오미가 그 공식을 깼다. 수년 전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의 견제로 한때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그랬던 샤오미가 글로벌 메이커로 화려하게 부활한 건 '애플 카피켓'이란 불명예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자기 혁신을 거듭한 결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