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올해 우리는 짧은 장마 후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부족을 걱정했다. 한낮에 기온이 치솟으면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봤다. 전력소비가 피크를 치는 오후 3시가 되면 전력예비율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전력예비율은 넉넉했다. 전력거래소가 공급하는 전력피크 시점이 2016년부터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로 이동한 것이다. 전력당국은 가정과 작은 공장에 설치해 자체소비하는 15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패널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전력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낮은 평가를 받던 태양광의 재발견에 짜릿했다.
이런 연구·개발 흐름의 상식을 깨고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거나 기대되는 두 사업이 있다. 먼저 혁신기술의 기술사업화를 목표로 삼은 A사업이다. 지금까지 없던 제품이나 신공정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산업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연구자와 그룹을 찾아 연결한다. 부족하거나 결핍된 혁신기술에 대해 연구·개발을 한다. 실제 산업계 수요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니 높은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A사업은 견인(pull)형 전략을 채택하며 연어처럼 일반적인 연구방향을 거슬러올랐다. 밀기(push)형 전략을 채택한 B사업은 개방형 집단지성으로 연구기획을 하는 파격을 택했다. 두 사업 모두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검증돼 상식으로 굳어진 기존 연구기획 방식 대신 혁신을 선택했다. 위험하고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끝없이 보완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터다. 하지만 고위험·고수익이라는 말은 주식투자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감히 성경말씀의 지혜를 빌리고자 한다.
상식을 깨는 혁신이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