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분배' 모두 잡는 '패키지 딜' 해법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안채원 기자, 강동현 정치부 인턴기자 2021.08.0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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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3>경제사회 시스템 대전환을 위한 패키지 딜 ①전문가 좌담회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성장·분배' 모두 잡는 '패키지 딜' 해법 필요하다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은 차기 대통령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출범한 역대 정권 모두 문제 해결을 장담했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COVID-19)로 해법 모색을 위한 고차방정식의 난이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산업, 노동, 복지, 재정 분야를 아우르는 '경제 사회 패키지 딜'을 국가 전반에 내재된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는다. 패키지 딜의 정책적 실현을 위해 정치 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역대 정권 모두 불평등·생산성 문제 해결 미뤘다"
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경제사회 시스템 대전환을 위한 패키지 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선 근시안적 사고에 갇힌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 한다면 과거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부터 제기됐다.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이 관측되기 시작한 건 20년도 넘은 얘기"라며 "그럼에도 생산성 중심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권)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미뤘거나 비겁하게 거짓말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 정년, 교육 제도 등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욕을 먹을까봐 뒤로 미루면서 마치 해결할 것처럼 하는 행태가 역대 정권 모두에서 있었다"며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가 강화되니 출산 포기로 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인데 이를 보면서도 여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의 경우 정책 목표와 수단 모두에서 결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을 경제정책 3대 기조로 내세웠다.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임기 내내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은 전문가들로부터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개혁 의지가 부족한 면도 보였고 이뤄질 수 없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했다"며 "길게 보면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같이 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되면 분배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인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분배가 잘 된다고 성장이 10년 내에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양립되기 쉽지 않은 두 목표(성장, 분배)를 동시에 제시한 것이고 그 안에서 혼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 왼쪽부터 원승연 명지대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 채이배 어젠다 K-2022 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 왼쪽부터 원승연 명지대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 채이배 어젠다 K-2022 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차기 정부, 출범 동시에 여야 합의 '패키지 딜' 추진하자"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생산성 제고와 불평등·불공정 문제 해소를 위해 경제사회 분야의 정책 과제를 총망라한 패키지 딜을 추진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방면의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만 국가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 완화와 시장 경제의 투명성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패키지로 해야 한다. 혁신, 복지, 고용 등 정책 하나하나가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사회 패키지에 덧붙여 인적 투자를 병합한 융합 정책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 역시 "혁신과 경쟁 요소의 문제는 승자와 패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패자로 계속 있으면 불평등 문제가 악화해 성장을 갉아 먹는다"며 "이들의 자녀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 전체적인 인적자본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패키지 딜이다. 승자와 패자의 존재를 솔직히 인정하고 패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며 "패키지 딜을 국민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패키지 딜 도출과 실행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권의 노력이 중요하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선거가 끝난 뒤 여야 간 정책 패키지를 놓고 타협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기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동시에 경제·사회 패키지 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와 대표 이해집단, 학자들이 들어온 국민적 대타협 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출범과 동시에 패키지 딜을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선주자 모두에게 주문해야 할 내용이다. 합의 실패가 정책 실패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및 회계 담당 부원장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교보악사자산운용 상무, CIO

*채이배 전 국회의원 : △제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공공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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