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업적 '셧다운제', '도티 게임'사태로 10년만에 다시 존폐논란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8.04 06:00
글자크기

[theL][다시 불붙은 셧다운제 폐지 논란-①]청와대도 인정한 어린이게임, 19금 게임으로 만든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 홈피,/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 홈피,/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2일 '마인크래프트의 성인게임화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면서다. 여성가족부에 의해 2011년 도입된 게임셧다운제가 10여년 만에 재논의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청와대도 인정한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 '셧다운제' 탓에 어린이 이용자 내쫓게 돼
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서 "인터넷 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새벽 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면 안 된다"고 셧다운제를 규정하고 있다. 셧다운제는 도입 당시부터 게임업계와 이용자 등 반대 측과 의료계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 찬성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이 주로 하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적용을 국내 서버 에만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예 국내에서만 '19금' 게임으로 전환해 미성년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연령제한을 적용하기로 해 논란이 커졌다.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을 쌓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임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이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엔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로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어 어린이 이용자들을 초청했을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한달 이용자만 1억4000만명에 달한다.



국내 대표적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공동창업한 유튜버 크리에이터 '도티'는 이 게임을 주 콘텐츠로 다뤄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샌드박스'라는 회사명 자체도 도티가 즐겨하던 마인크래프트의 모바일 샌드박스(모래밭, 모래통 놀이터) 건설 게임에서 유래했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제98회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 영상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 영상' 속 게임(마인크래프트) 캐릭터로 변신해 가상공간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어린이날 축하 인사를 하는 문 대통령 내외와 아이들 모습. (청와대 제공) 2020.5.5/뉴스1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제98회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 영상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 영상' 속 게임(마인크래프트) 캐릭터로 변신해 가상공간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어린이날 축하 인사를 하는 문 대통령 내외와 아이들 모습. (청와대 제공) 2020.5.5/뉴스1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적용 문제로 아예 연령제한을 할 방침을 밝히자, 이 게임 이용자 모임인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은 지난달 2일 성명을 통해 "셧다운제는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한국 시장의 고립만 초래한다"며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했다.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은 셧다운제 시행으로 청소년의 수면시간이 실질적으로 늘어나지 않았고, PC게임에만 적용돼 현재 모바일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규제 한계가 있고, 과도한 규제로 게임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가부 "폐지보다는 개선 추진", 국회엔 '완전 폐지'부터 '일부 제한'까지 다양한 개정안들 발의돼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위헌'심판을 청하기도 했지만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재 재판관 7 대 2로 셧다운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완전 폐지보다는 개선 입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의 규제챌린지 과제 중 하나로 셧다운제 개선을 논의하는 자체규제개혁위원회회의를 개최했다.

규제챌린지 과제는 해외 주요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선정해 소관부처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를 거쳐 개선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여가부는 회의 내용에 대해 "셧다운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현재 국회에 다양한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있으므로 이들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개정들은 △셧다운제 완전 폐지 △e스포츠 선수를 대상에서 제외 △부모 요청시 예외 적용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서울=뉴스1) 정회성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 (서울=뉴스1) 정회성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문 대통령 "문준용 어렸을때 게임해서 영상디자인 전공"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셧다운제가 공약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셧다운제 개선이나 폐지를 내건 후보들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한 포럼에 참석해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그릇된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며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한 덕분에 지금 영상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런 발언 덕분인지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등 게임업계 전문가들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유승민 당시 후보도 "게임 중독은 부모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e스포츠는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콘텐츠산업통계에 따르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박의준 변호사(법률플랫폼 머니백 대표)는 "게임산업이 기여하는 부분을 고려하면서 셧다운제 관련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국가가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지만 게임에 대한 시각이 과거의 음습한 오락실을 보듯 해선 안 되고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규제만능주의로 흘러가는 걸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