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몰빵, 배구 찔끔"…KBS·MBC·SBS에 시청자 뿔났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08.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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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사진=KBS


"올림픽 중계방송 시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해 달라".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달 14일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가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 3사(KBS MBC SBS)에 전달했던 권고안이다. 시청률 경쟁에 따른 과다한 중복·동시 편성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올림픽 중계방송에 성실히 임해 달라"는 권고였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저녁 비슷한 시간대에 시작된 축구(8시), 야구(7시), 여자배구(7시40분) 등 구기 종목의 지상파 중계방송은 권고 내용이나 시청자들의 바람, 기대완 달랐다.



축구와 야구에 지상파 3사가 사실상 '몰빵 중계'를 했고,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여자배구는 축구 경기가 끝난 후 '찔끔 중계'해 홀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패배한 축구와 야구에 중계방송이 중복·동시 편성돼 한일전에서 대역전극을 이끌어낸 여자배구 시청권을 침해당했다는 시청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폭주했다.

구기 종목 경기 시작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기사엔 "배구 중계는 어디서 보느냐", "지상파 3사 모두 축구를 중계하고 배구는 케이블채널이나 온라인 중계로 봐야 한다고 한다"는 글(댓글)이 이어졌다. 여자배구팀은 첫 경기인 브라질 전 패배 이후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을 잇달아 격파하고 8강행 고비에서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 대표팀을 만난 터였다.



지상파 3사는 그러나 오프닝 라운드에서 미국과 2차전을 가진 야구, 멕시코와 8강에서 격돌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중계에 사실상 올인했다. 여자배구는 각 방송사 케이블채널인 KBSN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와 온라인에서 중계했다. 지상파의 경우 여자배구는 KBS 1TV가 저녁 8시 36분부터 4분간, 9시 41분부터 28분 동안 중계했다. MBC와 SBS는 저녁 9시 52분부터 각각 17분간 중계하는 데 그쳤다.

4강행 여부가 갈린 축구 경기의 중요성과 전국민적 인기, 대어급 해설진을 총동원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 등을 감안하면 이해못 할 바는 아니지만 여자배구 팬들 사이에선 "너무 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여자배구 8강행 확정 후 MBC가 올린 대표팀 에이스 김연경 선수와의 인터뷰 영상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1일 영상에서 "감사하다. 더 뿌듯하다"는 김연경의 한일전 승리 소감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한일전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드렸다"는 진행자의 말에 대한 김연경의 답변이었다.


그런데 영상 자막에는 진행자의 질문과 다른 "Q.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는 내용이 담겼고, 다음 자막에 김연경의 "더 뿌듯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인터뷰 음성없이 보면 김연경이 패배한 축구와 야구 대표팀을 깎아내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막이었다.

누리꾼들의 비판에 엠빅뉴스는 자막 부분을 보이지 않게 했다가 논란이 계속되자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엠빅뉴스는 결국 "김연경 선수의 경기 직후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과정에서 기자의 질문을 축약해서 정리하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MBC는 앞서 지난달 23일 올림픽 개회식 중계 때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삽입해 구설을 낳았고 결국 박성제 사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전날 SBS 8시 뉴스 오프닝 멘트도 비판을 받았다. 앵커가 뉴스를 시작하면서 한 "축구 야구 배구 중 어떤 걸 보셨습니까" 멘트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엔 "어이없다. 중계를 해줬어야 보지", "중계를 안 해줘서 케이블 가서 봤다"는 비아냥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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