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ISA 갈아타려고 했더니…두 달이나 걸린다고요?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1.07.3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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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이전 세부처리지침 '계좌이전 절차'/자료=금융투자협회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이전 세부처리지침 '계좌이전 절차'/자료=금융투자협회


'투자를 한다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 공식이 완성됐다. 지난 26일 정부는 ISA에서 투자한 국내 상장주식·공모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키로 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이미 올 2월부터 주식투자가 가능한 중개형ISA가 출시하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었고 세제혜택까지 이뤄지자 기존 은행에서 가입하던 신탁형에서 중개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1인1계좌가 원칙인 탓에 신탁형ISA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계좌이전이 필수적이지만 9단계나 되는 절차에 필요서류가 많고 이를 팩스로 4번이나 주고받아야 하는 등 계좌이전에 최대 6~8주가량 소요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은행 관련 협회에 이전처리지침 간소화 및 전산시스템 구축 검토를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TF(태스크포스)도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SA 세제혜택은 2023년부터 시행되지만 매년 납입한도가 2000만원씩 늘어나는 특성을 감안할 때 시행일 이전부터 중개형ISA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대면회의를 통한 업계간 협의가 어렵고 전산시스템 구축에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만큼 최대한 빠르게 간소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예탁원, 금투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ISA이전 세부처리지침'을 만들었다. 그동안 ISA계좌를 이전하려는 수요가 적어 업무처리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늘어나는 이전수요에 간소화 요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계좌이전 절차는 총 9단계로 이중 △ISA 계좌이전 신청서 △기존 금융기관 ISA 계좌 재산현황 △ISA 계좌이전 예정 통보서 △ISA 계좌이전 접수 통보서 등 팩스로 4번이나 서류를 주고받아야 한다. 서류이전을 마친 후 예탁원 시스템을 이용해 이전명세서 등 전문을 발송해 이전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이전을 희망하는 투자자는 신규 금융기관에 계좌이전 신청과 ISA가입신청을 하면 끝이지만 위와 같은 행정처리 시간이 최대 6~8주나 걸리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ISA 이전은 주식투자를 빨리 하고 싶은 분들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당소득세도 일반계좌보다 세율이 낮아 혜택보려는 분들이 많지만 시간이 워낙 많이 걸려 중도에 취소하는 분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은행이다. 가입자가 자유롭게 주식투자가 가능한 중개형ISA는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보니 은행은 계약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전을 보다 빠르고 쉽게 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할 때 은행들은 참여할 유인자체가 적다.

금투협은 현재 올 1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이전간소화 지침을 참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인형IRP의 경우도 현재 ISA와 마찬가지로 팩스처리, 전산화 미구축 등의 이유로 6주정도 기간이 필요했지만 전산화가 마무리되면서 지금은 1~2일 만에 이전이 마무리된다.

금융회사별 상이한 이전신청서 서식을 표준화하고 구비서류도 기존 7개에서 1~2개로 축소하는 등 업계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하지만 이를 위해 20개사가 넘게 TF에 참여한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3~4개월동안 회의를 진행했고 전산시스템 구축 또한 최대 1년이 소요되는 등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기본적으로 이전신청서를 고객에게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계약이 빠져나가다보니 이관받는 회사에 서류를 넘겨주지 않고 갖고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특히 연말에 만기도래가 많아 이전신청이 많았는데 은행입장에서는 실적평가를 하다보니 해를 넘겨 이전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ISA를 위한 협의회 구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세제개편안도 나왔으니 이전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빨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은행들은 지금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슈로 전산수요가 있어 바쁘다는 입장인데 속내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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