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여성에 사적 문자 날린 英 방역담당자…개인정보 악용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1.07.3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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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립보건원 직원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에 들어간 여성에게 사적인 연락을 취한 사실이 전해졌다. 사진은 해당 여성 샬롯 로피. /사진=샬롯 로피 인스타그램 캡처영국 국립보건원 직원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에 들어간 여성에게 사적인 연락을 취한 사실이 전해졌다. 사진은 해당 여성 샬롯 로피. /사진=샬롯 로피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국립보건원 직원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에 들어간 여성에게 사적인 연락을 취한 사실이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햄프셔주(州) 윈체스터에 사는 여성 샬롯 로피(27)는 지난 19일부터 3일간 스페인 마요르카 안드라츠 지역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온 뒤 10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승객위치확인서를 작성해 이름과 나이, 휴대전화 번호, 집주소 등을 국립보건원(NHS) 제공했다.

집에 돌아온지 이틀째인 지난 24일, 집에 혼자 있던 샬롯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현관 앞에 나갔다. 문 밖에는 그가 자가격리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NHS 소속 남성 직원 한 명이 서 있었다.



샬롯과 직원은 한동안 대화를 나눴고, 직원의 태도는 유난히 다정해 보였다. 샬롯은 "그 직원은 보건 시스템을 활용해 이미 내가 '집에 있음'으로 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며 "그는 NHS 유니폼이나 배지같은 걸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원이 돌아간 이후 발생했다. 샬롯은 직원을 보낸지 불과 몇분 뒤 소름끼치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좀 전에 떠난 직원이 "안녕하세요. 제가 그쪽 번호를 저장해도 될까요? 만약 원하지 않으시거나 결혼하셨다면 이 문자를 무시하세요. 이런 부탁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온 것.



겁에 질린 샬롯은 남자친구 윌리엄 마친(29)에게 문자 내용이 담긴 캡처본을 찍어 보냈다. 문자를 본 윌리엄은 분노하며 해당 직원에 항의하겠다고 했지만 샬롯은 그를 말렸다.

샬롯은 "그 직원이 자신의 권한을 전적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며 "나는 혼자였고 직원이 내 모든 사적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DHSC) 대변인은 "NHS의 검사 및 추적에 대한 불만사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모두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DHSC는 샬롯에게 사적인 연락을 취한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직원들이 전문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NHS의) 전화 점검이나 직접 방문에 불만족을 느낄 경우 온라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말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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