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토바이 시끄러워 잠 못자"…통행 막은 부산 아파트

머니투데이 이정원 기자 2021.07.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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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아파트 후문에 '오토바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2021.7.15/사진제공=뉴스1 노경민 기자부산 사하구 아파트 후문에 '오토바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2021.7.15/사진제공=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가 소음 피해를 이유로 '배달 오토바이' 후문 통행을 제한하자, 인근 아파트로 라이더들이 몰려 결국 이 아파트도 배달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했다.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배달 오토바이 통행 제한이 연쇄적으로 취해지면서 주민들과 라이더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28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1600여세대가 사는 A아파트 후문에는 '오토바이 후문 출입금지, 오토바이 소음 없는 쾌적한 환경 조성'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폐쇄 시간은 배달 수요가 많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주민들은 인도와 이어진 쪽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이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매일 소음 고충을 겪어 왔다며 폐쇄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후문이 다른 아파트 단지로 이동하는 '통로'여서 오토바이들이 우르르 몰린다"며 "입주민들이 시끄럽다고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소리가 얼마나 큰지 높은 층까지 소음이 퍼질 정도"라며 "높은 층에 사는 주민들도 한밤중 오토바이 소리에 잠을 깨 밤잠을 설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단지 상인도 "코로나19 이후로 아파트 단지가 오토바이 무법천지로 변했다"면서 "그동안 라이더들이 조용하고 안전하게 다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A아파트의 이번 조치는 200여m 떨어진 B아파트의 영향이 컸다. B아파트 역시 2100여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앞서 B아파트는 같은 이유로 지난 12일부터 평일 오후 6시~아침 6시 사이 후문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했다.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24시간 내내 오토바이 출입을 막았다. 이로 인해 배달 라이더들이 인근 A아파트 단지로 몰렸던 것이다.

라이더들은 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A, B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B아파트 후문을 기준으로 상권 밀집 지역까지는 300~400m로 오토바이 주행 기준 1분 거리였는데, 후문을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역 인근 도로변으로 우회할 경우 5~10분이 더 소요됐다.

대단지 아파트인 A, B아파트의 배달 수요가 많은 점도 소음 민원이 계속되는 이유라고 라이더들은 설명했다.

라이더들은 별다른 협조 요청 없이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30대 라이더는 "A, B아파트로 배달 가는 경우도 많은데 후문을 막아버린 건 가혹한 처사"라며 "먼저 제한 속도를 지키도록 권고했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통행을 제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 A, B아파트 배달 요청은 가장 나중에 콜을 받아야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나 또한 이들 아파트에서 배달 콜이 뜨면 망설여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곳 다대동 상권 밀집 지역 인근에는 최소 500세대가 넘는 아파트들이 4~5곳이 더 있다.

상인들과 라이더들은 혹여나 이번 조치가 다른 아파트로 번질까 걱정하는 눈치다.

한 음식점 사장은 "여기는 아파트 주문이 굉장히 많은 곳인데 혹여나 통행 문제로 컴플레인이 들어오거나 배달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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