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를 막는 경찰의 저지선을 피해 언덕으로 우회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앞서 지난 3일 대규모 여의도 집회가 저지되자 종로로 자리를 옮겨 이어갔던 것과 같은 과감한 행동이다.
이런 전쟁 상태를 없애기 위해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리바이어던(힘있는 괴수-국가를 상징)에 양도하고 국가 안에서 평화를 찾는다고 했다.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한 국가의 권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홉스의 주장이다. 일부 이론은 있지만 그의 리바이어던 사고실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부겸 총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민주노총을 찾아가 집회 자제를 촉구한 것은 '공공선'을 위한 요구였다. 정부는 5182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민주시민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런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역학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다. 민주노총은 집회 참가자들의 명단 제출요구에 당초 8000여명으로 추산했던 집회 참가자와 달리 22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4172명(음성 3781명, 대기 391명)의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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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검사현황에 대한 수치만 제공해 개별검사 결과 확인은 안되는 자료"라며 역학조사에 무의미한 단순수치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적 권리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들의 헌법적 권리가 타인의 그것을 침해하면서까지 행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시민이다.
헌법적 가치가 충돌할 때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되는 게 옳다. 헌법 제21조의 집회의 자유와 제33조의 단체행동권이 헌법 제35조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인 건강권을 침해할 경우는 제한받을 수 있다.
감염병 확산이 우려될 경우 모이는 단체행동이 아닌 온라인 등 다른 방식의 선전전도 방법이다. 수많은 비난을 자초한 옛 방식에만 머문 노조 집행부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란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시민이 주인인 세상이다. 그 시민 속엔 100만 민주노총 조합원만 있는 게 아니다. 나머지 5000만 시민들도 이 국가의 주인들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이름에서 '민주'를 떼는 것이 옳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