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여자 소프트볼 일본-호주전으로 도쿄올림픽 첫 경기가 시작됐다. /사진=AFP
없애고, 줄이고, 안 가고…이번 도쿄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관객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진 개최지 도쿄는 물론 수도권인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 여기에 후쿠시마와 홋카이도까지 무관중을 결정하면서 97% 경기는 빈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이번 대회에 공 들여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마저 개막식에 안 가는 것으로 전해져 현지 비난 여론도 들린다. 도쿄올림픽 명예 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개회 선언에선 '축하' 문구를 뺄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엔 '가짜 함성', 메달은 '셀프'
선수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식사할 때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고 가급적 혼자 밥을 먹도록 권고된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거나 여럿이 함께 음주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 고의로 이를 어기면 최악의 경우 참가 자격을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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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내 변화도 많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지난 21일 여자 소프트볼 일본-호주전에선 양팀이 시차를 두고 입장했고 악수도 하지 않았다. 관중이 없어 경기장엔 선수들이 외치는 구호나 타구음만 울렸다. 이따금 웅성거리는 소리는 들렸는데 일종의 효과음을 구장에 틀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에선 선수들이 직접 메달을 목에 건다. 원래 IOC 위원이나 국제스포츠단체 임원 등이 메달을 수여하지만 이번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지됐다. 메달을 받는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악수, 포옹을 할 수 없다.
경제효과? 나쁜 여론에 조용한 기업들 관중까지 받지 않고 현지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기대한 경제 파급효과는 커보이지 않는다. 앞서 도쿄올림픽에는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154억달러(약 17조5560억원)가 투입됐다. 무관중으로 치러지기로 결정되며 1조원가량의 판매 입장권까지 환불 조치됐다.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소켄은 7월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교통·숙박 등) 지출이 1309억엔(약 1조366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총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히데오 구미노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니치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티켓이 환불되더라도 결국은 일본인들의 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손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선수들의 활약이 추후에 지역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경제적 효과도 낳는다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3일 앞둔 20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올림픽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탁구대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통가도 일부 기대감을 보이지만 크지 않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무관중 대회인 만큼 일본인들이 TV로 올림픽을 시청할 것이라면서, 유통업계도 판매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집콕 관전' 수요를 겨냥해 일부 판촉활동을 펼친다고 전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그릴 치킨, 게맛살 등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는데, 비슷한 제품을 이달 들어 약 4종 추가했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맥주 등 주류나 안주 재고를 늘리고 있다.
고화질 대형TV는 올림픽을 앞두고 다소 특수를 누린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가전유통점인 빅 카메라에서 이달 첫 주 대형TV 매출은 코로나 지원금이 있었던 지난해 같은 때보다도 10%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