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입'에 암호화폐 반짝? 유럽 새 '규제' 카드 보면…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1.07.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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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미국 대표 강세론자 3인방 발언에 급등
"급락 전 발악…'데드 캣 바운스' 에 불과할 수도"
"각국 정부 규제 여전…추가 하락 가능성 존재해"

/사진=AFP/사진=AFP


중국의 대규모 규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 대표 암호화폐 강세론자들의 시장 지지 발언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움직임이 계속돼 반짝 상승에 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오후 2시 1분 현재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거래 대비 4.46% 오른 3만2125.41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비트코인은 머스크 CEO의 발언에 힘입어 3만2815달러를 웃돌며 7% 이상의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오름폭이 다소 축소돼 3만2000달러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머스크·도시·우드' 강세론자 3인방 효과 '톡톡'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론 머스크·잭 도시·캐시 우드' 비트코인 옹호론자 대표 3인방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0%대의 급등세를 보였다며 "세 사람 모두 암호화폐를 지지하며 그것의 미래 잠재력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3인방이 최근 식어가던 암호화폐 투자 심리를 되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암호화폐 콘퍼런스인 '더 B 워드' 행사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3종류의 암호화폐를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경문제를 앞세워 중단했단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5월 12일 비트코인 채굴에 전기 등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을 앞세워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암호화폐 업계 리더들의 모임 '가상화폐 혁신 협의회'(CCI)가 주최한 '더 B 워드' 콘퍼런스에는 미국 대표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잭 도시 트위터 CEO와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가 참석했다.

도시 CEO는 비트코인이 세계 평화를 창조하거나 도울 수 있다고 판단하며 비트코인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화폐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을 지적하며 비트코인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세계인이 통화가치 하락으로 입을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국경을 넘어 자금을 신속히 이전해 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금융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 잠재력이 있다"며 비트코인을 활용한 세계 평화론을 펼쳤다. 아울러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인터넷 초창기를 연상시킨다면서 인터넷의 고유통화가 등장하면서 그것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시 CEO의 비트코인 지지는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과거 "암호화폐가 결국에는 세계의 '단일 통화'(single currency)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1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는 남은 인생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며 비트코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누나)'로 알려진 우드 CEO도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우드 CEO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이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일시적 반등 불과…정부 규제 등 변수 여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 암호화폐 가격의 추가 하락이 이어질 거라고 지적한다.

미국 CNBC 방송은 "암호화폐는 지금까지 특별한 호재 없이 급격한 등락을 반복했다. 이날은 '더 B 워드'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상승 배경은 뚜렷하지 않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Luno)의 비제이 아이야르(Vijay Ayyar)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이번 급등세가 급락 전 잠깐 오르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일 가능성이 높다고 CNBC에 말했다. 아이야르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 3만3000달러를 넘지 못하면 2만4000달러까지 밀리는 급락세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상자산을 향한 각국 정부의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점도 암호화폐의 추가 하락 의견에 힘을 싣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일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법안에 대해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경구 개인정보 수집을 의무화해 암호화폐 거래자 추적을 쉽게 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EC가 제안한 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송금자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익명의 가상자산 지갑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규제 방안 마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 실무그룹 회의를 열고 수개월 안에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최고의 금융 감독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정부, 중앙은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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