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5억원' 천재소년…화웨이가 삼성과 다른점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7.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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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랴오밍휘 박사 /사진=중국 인터넷랴오밍휘 박사 /사진=중국 인터넷


지난 12일 중국 화중과기대학 졸업생 2명이 화웨이의 '천재소년'(天才少年) 계획에 선발됐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랴오밍휘(廖明輝)와 우민옌(武敏顔)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2019년 '천재소년' 계획을 도입했으며 이들에게 최고 201만 위안(약 3억52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의 '천재소년'
랴오밍휘는 화중과기대학 통신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다. 박사 재학 기간 제 1저자로서 1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정상급 저널에 발표된 논문도 2편이나 된다. 지난 14일 기준 구글 학술(Google Scholar)에서 피인용된 횟수가 1956회에 달할 정도로 연구의 영향력도 크다.

랴오밍휘가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올린 논문의 소스코드에는 3000개가 넘는 스타가 달렸다. 깃허브의 '스타'(star)는 일종의 즐겨찾기로 인기도를 나타낸다. 랴오밍휘는 이미 5개의 특허를 신청했으며 랴오밍휘가 발표한 문자인식 기술은 이미 모바일 메신져인 위챗과 검색업체 바이두가 사용하고 있다.



우민옌은 화중과기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했으며 구글, 앤트파이낸셜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학부만 졸업했는데 우민옌의 연봉도 100만 위안(약 1억7500만원)이 넘는다.

화웨이의 '천재소년' 계획은 모두 7번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만큼 까다롭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1차 면접, 실무자 면접, 부장 면접, 경영진 면접, 인사부 면접이다. 매 단계에서 엄격한 시험에 직면하며 한 단계에서만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불합격할 수 있다.

'천재소년'의 연봉 수준은 파격적이다. 이는 3단계로 나뉘는데 단계별로 89만6000위안에서 100만8000위안, 140만5000위안에서 156만5000위안, 182만 위안에서 201만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는 최저 1억5680만원에서 최고 3억5200만원이다.


앞서 언급한 랴오밍휘처럼 최고 201만 위안(약 3억5200만원)을 받게 되면 신입사원 연봉이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 사장 연봉(약 2억9400만원)보다 많다.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천재소년' 계획으로 채용된 인재는 모두 17명이며 중국의 카이스트로 불리는 화중과기대학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중국과학원, 청화대, 북경대 출신이다.



화웨이의 '천재소년' 계획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사진=AFP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사진=AFP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2019년 6월 내부문건을 통해서 처음으로 '천재소년' 계획을 공개했다. 런 회장은 2019년 전 세계에서 20~30명의 천재소년을 뽑고 2020년에는 200~300명을 선발하자고 말하면서 "이 천재들이 '미꾸라지'처럼 우리의 조직을 파고들어서 우리의 대오를 활기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를 시작한 시점이다.

런정페이 회장이 '인재'를 강조하는 걸 보면 지난해 10월 작고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떠오른다. 이 회장은 2003년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메기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미꾸라지를 키우는 논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더 열심히 움직여 튼튼하게 자란다는 '메기론'을 줄곧 강조했다.



런 회장의 '미꾸라지론'과 이 회장의 '메기론'은 의미는 다소 다르지만, 모두 외부로부터의 수혈이나 자극을 강조하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화웨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도전 과제, 최고 전문가의 지도, 글로벌한 시각 및 자원 제공과 함께 업종 평균 5배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천재소년' 계획을 홍보하고 있다. 주로 수학, 컴퓨터, 물리, 재료,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화학 분야의 인재 중에서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지원자를 선발한다.

삼성전자를 제친 화웨이의 R&D 투자
지난해 화웨이는 2019년보다 3.8% 증가한 8914억 위안(약 15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646억 위안(약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중포화로 가장 어려운 1년을 보낸 화웨이는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렸다.



또한 화웨이는 지난해 1419억 위안(약 24조83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를 뜻하는 R&D 투입강도는 2010년 9.7%에서 2020년 15.9%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금액은 무려 7266억 위안(약 127조원)에 달한다.

'연봉 3.5억원' 천재소년…화웨이가 삼성과 다른점 [차이나는 중국]
'연봉 3.5억원' 천재소년…화웨이가 삼성과 다른점 [차이나는 중국]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2019년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연구개발 투자규모에서 제쳤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2020년 EU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2020 EU Industrial R&D Investment Scoreboard)에 따르면 2019년 화웨이는 연구개발에 약 167억 유로(약 22조6500억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55억 유로(약 21조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가 2위였고 화웨이는 5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2019년 화웨이가 R&D 비용을 31.2% 늘리며 3위로 올라섰고 R&D 비용을 8.3% 늘리는 데 그친 삼성전자는 4위로 하락했다.



앞으로도 화웨이는 매출액의 15~16%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R&D에 투자할 것이다. 화웨이의 '천재소년'과 막대한 R&D 투자. 화웨이는 찻잔속 태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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