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공룡조직이 된 이면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평가 때 정규직 전환 실적에 높은 점수를 배정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LH는 3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3년간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다.
LH 몸집이 불어난 이유가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7년 이후 인원이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LH 직원은 6637명으로 지금의 3분의2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 8220명으로 2000명 가까이 늘었고 2018년(9089명)에는 9000명을 넘겼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 3270명이 순증한 것. 전체 직원의 33%가 최근 4년새 불어난 셈이다.
인력구조가 갑작스럽게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한 영향이다. 직접적으로는 131개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인 공공기관 경영평가 배점에 정규직 전환 실적이 포함돼서다. 정규직 전환 실적을 평가하는 '일자리 창출' 항목의 배점은 2017년에 4점, 2021년 7점으로 타 항목 대비 비중이 높다. 공공기관 평가는 상대평가라서 기관들이 단 1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평가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보다 직고용에 높은 가점이 주어져 '직고용'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LH는 사장 연봉의 절반이 성과급이고, 일반 직원 월급의 최대 2.5배까지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공기업이다. 준정부기관 등 다른 공공기관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아 경평에 더 목을 매는 조직이다. 평가 기준을 잘 따른 LH는 S~E 등급으로 나눠지는 6등급 경영평가에서 3년 내내 A를 받는 우수기관이었다. 땅투기 문제로 2020년 사상 처음으로 D 등급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땅투기가 대거 발생한 시점엔 모두 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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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인력 중 1000명 이상이 단순업무인 주거급여 현장조사 직원"이라며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경영평가 점수 때문에 직고용하면서 결과적으로 혁신안에 담긴 LH 인력 감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경영평가에서 높은 배점이 부여된 신규채용에서도 갖가지 꼼수가 양산되고 있다. 인건비가 넉넉하지 않은 일부 공공기관은 연말 신규채용을 하고 12월말 인사발령을 내는 방법으로 그해 신규채용 실적을 부풀린다. 경영평가 점수하락 가능성이 높은 공공기관들이 등급을 올리기 위해 이 같은 '꼼수'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전언이다.
익명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 박근혜 정부에선 성과연봉제, 문재인 정부에선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확대 등 정권마다 경영평가 배점이 달라지니 공공기관도 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경영평가제도가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책임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이를 훼손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