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불투명' 한일정상회담에 文대통령이 적극적인 세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7.1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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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FP, 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FP,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국간 실무 협의를 통해 조만간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등 야권을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서 일본이 정상회담에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회담 성사에 너무 적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11일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 때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한일 양국 정부가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경우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 측에 정상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동행할 전망이다. 한일 양국 정부는 정 장관이 오는 8일 다시 일본을 찾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회담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누가 도쿄올림픽에 참석하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 맞춰 일본을 방문할 경우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를 긍적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선 여러번 입장을 내놨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정상회담과 그 성과가 예견된다면 방일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본이 양국 정상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회담을 성사시키려 하고 있는 배경에 주목한다. 그동안 일본 언론은 한국 측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방일의 자연스러운 기회로 여기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방문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보도를 이어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해결책 없는 형식적 회담은 피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개식사를 하고 있다. 2021.07.0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개식사를 하고 있다. 2021.07.08. [email protected]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관계의 물꼬를 틀 마지막 기회로 이번 정상회담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타래처럼 꼬인 양국 관계를 이번 회담 한번으로 풀 순 없지만, 화해 분위기를 만든 후 차기 정권에서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미일 3각 공조를 이행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차원이란 시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스가 총리와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임기말 문 대통령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한 외교무대로 도쿄올림픽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방역의 성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달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성과가 크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소송의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 따라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일본 측은 정상회담을 단시간에 끝낼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일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는 전화통화만 한 상태다.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몇 차례 짧은 만남과 인사를 하는 데 그쳤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스가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게 정치적으로나 여러 측면에서 얻는 게 많을 것"이라며 "설령 회담이 성사돼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푸대접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일본의 '속 좁음'과 '외교결례'가 미국 등 전세계에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에 일본만 손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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